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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석등(石燈)

백작하녀 2011. 12. 14. 14:34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1화. 석등(石燈)

20년쯤 전에 새 집을 구하던 K씨가,
아마가사키(尼崎)시의 신흥 주택지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마당에 이끼가 낀 석등이 덩그러니 하나만 있었다.

너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뭘까 하고 보고 있으니
"당신, 이 집 사고 싶수?" 라며 이웃 사람이 말을 걸었다.
이것은 그 때 들었다는 이야기다.

원래 그 자리에는 큰 연못이 있었고, 연못가에 그 석등이 있었다고 한다.
연못을 매립하여 주택지를 만들었을 때,
석등만 그대로 집 마당에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을 산 사람은, 반드시 몇 달 뒤에 집을 팔고
어디론가 이사를 간다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에 그 집을 산 사람은 신혼부부였는데
꽤 무리하게 산 것 같은데도 반 년도 되지 않아 그 집을 다시 팔았다.
그 다음에 산 사람은, 아이가 두 명 있는 가족이었는데
이 사람들도 3개월 후에는 이사를 갔다.
그 다음에 그 집에 이사온 가족도…….

모두 이런 말을 하면서 이사간다고 한다.

듣기로는, 가족이 자고 있으면
여성의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온 방에 울린다고 한다.
뭘까 하고 집 안을 조사해 봐도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매일 밤, 흑흑 흑흑 하는 여자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그 소리가 한밤중에만 들린다.
하긴, 너무 가냘픈 소리라서 낮에는 소음에 묻혀 안 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울음소리는 가끔 흐느껴 울기도 하고, 악― 하는 비명 비슷한 소리도 내기 때문에
아무리 들어도 사람의 울음소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밤에 마당에 나가거나, 혹은 늦게 귀가할 때 깨닫게 된다.
그 가녀린 여자 울음소리는 석등에서 나온다는 것을.

매일 밤이면 밤마다 들리는 울음소리에
집주인은 고민하거나, 또는 공포를 품고 이사간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집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이웃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 집에 사는 사람만이 듣는 것이다.

우는 석등.
어느샌가 이웃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K씨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집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K씨는 이따금씩 그 집 앞을 지나갔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웬일인가 해서 마당을 보니,
석등이 다른 자리로 옮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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