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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머리

백작하녀 2011. 12. 22. 13:49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6화. 머리

S코 씨라는 주부의 체험이다.
어느 밤, 2층 방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는데
섬찟하게 등줄기에 오한이 퍼졌다.

등 뒤에는 다른 방이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방이었다.
전등도 꺼져 있었다.

하지만 S코 씨 뒤의 그 방에 누군가 있는 것이었다.

장지문 너머 방 안에서 뭔가 이상한 기색과 함께
팔락, 팔락, 팔락, 책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싹,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팔락, 팔락, 팔락……
책을 넘기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장지문을 연 S코 씨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머리가 큰 어린아이가
다다미 바닥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코지엔(※広辞苑 : 일본의 국어대사전)을 펼쳐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었다.

머리와 몸의 비율이 이상했다.
왠지 후쿠스케(※1) 인형 같았다.
그 아이의 머리는 까까머리였는데 두상이 울퉁불퉁했고
숱 적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이건 뭐지? '
속으로 놀라고 있는데, 그 아이가 코지엔을 딱 덮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S코 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앞으로 벌리고
커다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장, 아장, 아장,
S코 씨에게 다가왔다.

마치 가위에 눌린 상태처럼 굳어 버린 S코 씨의 바로 코 앞까지 와서는
그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아이가 걷는 모습은 마치 야지로베(※2)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 같았는데,
왠지 그 큰 머리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알몸이었던 느낌은 없으니 분명히 옷 같은 것을 입고 있었을 텐데
옷에 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

단지, '코지엔'은 표지가 덮힌 채 다다미 위에 있었다고 한다.



※1. 후쿠스케(福助) : 복을 가져온다는 남자 인형.
키가 작고 머리가 크며, 상투를 틀고 예복을 갖추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2. 야지로베(やじろべえ) : 양팔을 끝이 아래로 처지게 벌린 모양의 장난감 인형. 양팔 오뚜기.
양쪽 끝에 추가 달려 있어, 짧은 중심축을 손가락 끝에 받쳐 들어도
균형을 이루어 쓰러지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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