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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58화. 꿇어앉은 그림자

O씨가 중학생이었을 때, 학교 과외수업으로
오사카 카시와라(柏原)시 교외의
캠프장에서 합숙을 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한 조에 5~6명씩 나누어 방갈로에서 잤다.
한밤중에 모두 잠들어 조용할 때였다.

O씨는 비몽사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인기척이 느껴져 잠이 깼다.

바로 옆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주위를 자세히 보니
방 불은 꺼져 있는데 밖에서 달빛이 비쳐
바로 앞에 정말로 꿇어앉은 사람이 보였다.
그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옆자리 A 녀석이 잠이 덜 깨서 잠결에 앉아 있구나. '
처음에 O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꿇어앉은 사람은 머리를 꾸벅꾸벅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야, 야, 그렇게 졸리면 침낭에 들어가서 제대로 누워 자면 되잖아. '
O씨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모습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노를 젓는 것 같은 그 그림자의
동작이 점점 커져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뒤로 시계추처럼
그 그림자가 상반신을 크게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붕―, 붕―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O씨는
'이건 인간이 아니구나' 라고 느꼈다.
그때, 그것이 중심을 잃은 듯이
그대로 쿵―! 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 소리가 온 방갈로 안에 쿠와앙― 하고 크게 울려퍼졌다.

'앗, 애들 다 깨겠다. '
O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만큼 엄청난 충격이 방갈로에 퍼진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충격음을 못 들은 듯이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 그림자가 꿇어앉아 있던 곳을 보니
분명히 쓰러졌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옆자리의 A군을 보았다.
침낭 속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O씨는 갑자기 겁이 나서 침낭 속에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독오독오독, 오독오독오독.
누군가가 뭔가를 씹는 소리가 났다.

'이제 제발 그만해! '
O씨는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오독오독오독, 오독오독오독 하는 소리는
멎을 기미가 안 보였다.

'보면 안돼. 그쪽을 보면 안돼! '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는지
또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보고 말았다.

이번에는 가장자리 끝에서 자고 있는 친구들의
머리맡에 누군가가 꿇어앉아 있었다.

이제는 그림자가 아니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기모노 입은 여자.
그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 여자가 친구들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오른손으로 뭔가를 입에 넣으며 먹고 있었다.

오독오독오독, 오독오독오독…….

O씨는 왠지 그 여자가 생쌀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으아아, 괜히 봤어! '
O씨는 그대로 침낭을 얼굴까지 끌어올린 채 떨다가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친구들이 떠들고 있었다.

끝자리에서 잔 친구들의 머리맡에 쌀이 마구 흩뿌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친구들이 서로
"너 어젯밤에 자다가 쌀 먹었지? "
라며 얘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O씨의 머리 속에서 간밤에 본 여자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건 꿈이 아니었어! '

집에 갈 때, 캠프장 관리인 아저씨에게
"저 방갈로에서 무릎 꿇은 여자 귀신이 나왔어요. "
라고 했는데, 그러자 아저씨는

"아, 여기는 자주 귀신이 나온단다. "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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