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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66화. 많은 친구들
학창 시절에 록밴드를 했다는
A씨의 이야기다.
A씨의 고향 집은
히로시마(広島)시 교외의
비교적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있는
농가였다고 한다.
집에는 큰 헛간이 있었다.
밴드 연습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헛간에 있는 트랙터와 농기구를 밖에 내놓고
밴드 멤버 4명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그날은 라이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
밤 늦게까지 연습에 열중했다.
A씨의 어머니가 밤참으로 주먹밥을 갖다 주셨다.
"오, 엄마, 고마워. "
그렇게 말은 했는데, 4인분치고는 양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묘한 표정을 짓고 두리번두리번하셨다.
"어머? 다른 친구들은? "
"엄마, 다른 친구들이 어디 있다고 그래?
우리 네 명밖에 없는데. "
A씨가 말하자 어머니는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그치만 너희들이 연주할 때,
'뜨겁다, 뜨거워―'라든지 '다 죽었어―'라든지
'꺄아―'하면서 되게 열심히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었잖아.
그래서 밤참을 많이 만들었는데……. "
"엄마,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우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다 못 먹겠다. "
A씨와 친구들은 주먹밥에 몰려들었다.
다음날 아침, A씨가 일어나서
"엄마, 어젯밤에 밤참 고마워.
다들 좋아하더라.
너무 많아서 다 먹지는 못했지만. "
그런 말을 하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다른 친구들이 없기는 뭐가 없니?
헛간에서 다 자고 있던데. "
무슨 뜻이냐고 자세히 물어보니
어머니는 간밤에 주먹밥을 담아 갖다준
접시와 그릇을 치우려고 아침 일찍 헛간에 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헛간 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그때 엄청난 함성을 지른 것은 이 아이들이었구나 하고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 사람들 사이를 살며시 밟고 안에 들어가
접시와 그릇을 챙겨 다시 조용히 헛간을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엄마, 어젯밤부터 이상해.
헛간에는 네 명밖에 없었다니까.
도대체 그 '다른 친구들'이라는 게
어떻게 생긴 애들이었는데? "
A씨의 질문에 어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까 너희 밴드 친구들이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다른 친구들을 봤을 때,
뭐 저렇게 몸뻬바지(※)같은 추리닝이 다 있나 했어.
두건을 쓴 사람도 있었고.
아, 혹시 어제 꼬마도 있었니? "
"우리 밴드에 꼬맹이가 어딨어? "
"그치만 있었어. "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A씨의 친구가 끼어들었다.
"어머니, 잠시만요.
저기… 어젯밤에 처음 응원 소리를 들으셨을 때,
무슨 말이 들렸다고 하셨죠? "
"그러니까 너희 음악에 섞여서
'꺅―'이나 '뜨겁다, 뜨거워', '다 죽었어―'
그런 소리가 엄청 크게……. "
그 순간, A씨도 친구도, 그리고 어머니도
머리카락이 쭈뼛 솟구쳤다.
※몸뻬바지 : もんぺ → '왜바지', '일바지'로 순화.
일본에서 들어온 옷으로, 주로 여성들이
노동용 또는 보온용으로 입는 바지.
공습이 있을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던 방재두건(防災頭巾)과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민간인을 대표하는 복장.
비백 무늬가 있는 방재두건 + 몸뻬바지.
노사카 아키유키 원작,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 프랑스판 포스터.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66화. 많은 친구들
학창 시절에 록밴드를 했다는
A씨의 이야기다.
A씨의 고향 집은
히로시마(広島)시 교외의
비교적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있는
농가였다고 한다.
집에는 큰 헛간이 있었다.
밴드 연습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헛간에 있는 트랙터와 농기구를 밖에 내놓고
밴드 멤버 4명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그날은 라이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
밤 늦게까지 연습에 열중했다.
A씨의 어머니가 밤참으로 주먹밥을 갖다 주셨다.
"오, 엄마, 고마워. "
그렇게 말은 했는데, 4인분치고는 양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묘한 표정을 짓고 두리번두리번하셨다.
"어머? 다른 친구들은? "
"엄마, 다른 친구들이 어디 있다고 그래?
우리 네 명밖에 없는데. "
A씨가 말하자 어머니는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그치만 너희들이 연주할 때,
'뜨겁다, 뜨거워―'라든지 '다 죽었어―'라든지
'꺄아―'하면서 되게 열심히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었잖아.
그래서 밤참을 많이 만들었는데……. "
"엄마,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우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다 못 먹겠다. "
A씨와 친구들은 주먹밥에 몰려들었다.
다음날 아침, A씨가 일어나서
"엄마, 어젯밤에 밤참 고마워.
다들 좋아하더라.
너무 많아서 다 먹지는 못했지만. "
그런 말을 하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다른 친구들이 없기는 뭐가 없니?
헛간에서 다 자고 있던데. "
무슨 뜻이냐고 자세히 물어보니
어머니는 간밤에 주먹밥을 담아 갖다준
접시와 그릇을 치우려고 아침 일찍 헛간에 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헛간 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그때 엄청난 함성을 지른 것은 이 아이들이었구나 하고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 사람들 사이를 살며시 밟고 안에 들어가
접시와 그릇을 챙겨 다시 조용히 헛간을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엄마, 어젯밤부터 이상해.
헛간에는 네 명밖에 없었다니까.
도대체 그 '다른 친구들'이라는 게
어떻게 생긴 애들이었는데? "
A씨의 질문에 어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까 너희 밴드 친구들이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다른 친구들을 봤을 때,
뭐 저렇게 몸뻬바지(※)같은 추리닝이 다 있나 했어.
두건을 쓴 사람도 있었고.
아, 혹시 어제 꼬마도 있었니? "
"우리 밴드에 꼬맹이가 어딨어? "
"그치만 있었어. "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A씨의 친구가 끼어들었다.
"어머니, 잠시만요.
저기… 어젯밤에 처음 응원 소리를 들으셨을 때,
무슨 말이 들렸다고 하셨죠? "
"그러니까 너희 음악에 섞여서
'꺅―'이나 '뜨겁다, 뜨거워', '다 죽었어―'
그런 소리가 엄청 크게……. "
그 순간, A씨도 친구도, 그리고 어머니도
머리카락이 쭈뼛 솟구쳤다.
※몸뻬바지 : もんぺ → '왜바지', '일바지'로 순화.
일본에서 들어온 옷으로, 주로 여성들이
노동용 또는 보온용으로 입는 바지.
공습이 있을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던 방재두건(防災頭巾)과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민간인을 대표하는 복장.
비백 무늬가 있는 방재두건 + 몸뻬바지.
노사카 아키유키 원작,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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