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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74화. 포도 한 송이

현재 만화가 어시스턴트 일을 하는 N씨는
치바(千葉)현 출신이다.

N씨는 몇 년 전에 친구 3명과 함께
치바현의 유명한 유령 출몰 장소인
오쟈가이케(雄蛇ヶ池) 저수지에 갔다.
수면에 여자 유령이 비친다는 소문이 있었다.

밤중에 차를 타고 찾아간 N씨와 친구들은
꽤 오랫동안 그 연못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이제 집에 갈까 하고 차를 세워둔 장소로 향했다.

N씨는 제일 뒤에서 걷고 있었는데
타박, 타박, 타박 하고
뒤에서 한 명이 더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N씨 앞에는 확실히 세 명이 있었다.
그렇다면 뒤에서 들리는 이 발소리는 뭘까 하고
쭈뼛쭈뼛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있을 리가 없었다.

잘못 들었겠지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걷는데
여전히 타박, 타박, 타박 하는 발소리가 따라왔다.
마치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걷는 듯한 소리였다.

'설마 귀신이 따라온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말도 안돼. '
N씨는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설득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발소리도 N씨에게 가까워져
하아, 하아 하는 누군가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N씨는 차에 타면서 홱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아―. 살았다, 살았어. '
N씨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N씨가 친구 차에서 내려 집에 도착한 것은
오전 3시가 다 되어서였다.
바닥에 눕자마자 N씨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동이 틀 무렵, 갑자기
다른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눈을 떴다.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희미한 새벽 빛이 커튼을 뚫고 새어들어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공기가 무거웠다.

그것은 축축하고 차가운,
습기라기보다는 왠지 아침 안개 속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앗, N씨는 숨을 삼켰다.
벽에 남자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은 영사기로 화질이 낮은 필름을 보는 듯한 영상이었다.
그 얼굴이 N씨 쪽을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으악! "
N씨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아침까지 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하늘이 밝아짐과 동시에
그 무거운 분위기와 이상한 얼굴 그림자도 없어졌다.
N씨는 여느 때처럼 일을 하러 나갔다.

다음날 한밤중에 또 그 무겁고 축축한,
불편한 공기에 잠이 깼다.

'어제랑 똑같다……. '
아직 잠이 덜 깨 몽롱한 머리 속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 때 문득 N씨는 방 창문에서 묘한 것을 봤다.
가로등과 어슴푸레한 달빛이 섞인 집 밖의 빛을 등지고
올록볼록한 구형(球形) 뭔가가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이건 뭐지? '
몸을 일으켜 그 기묘한 실루엣을 응시하다가 생각했다.
'아, 포도가 있구나……. '

그 그림자가 커다란 포도 한 송이로 보였다.
포도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이었다.
'왜 포도가 공중에 떠 있을까? '

그것은 둥근 물체가 모여서 볼록볼록한 모양이었는데
아래로 갈수록 한알 한알씩 작아졌다.
그래서 포도송이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포도가 아니었다.
포도알로 보인 것은 사람 머리였다.

옆을 보는 것, 뒤쪽을 보는 것, 정면을 보는 것,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늙은 것, 젊은 것, 아이도 있었다.

사람 얼굴 덩어리!

그것을 깨달았을 때,
"으앗" 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그 순간, 모든 얼굴이 N씨를 향했다.

N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다.
도저히 그 포도송이가 꿈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불 위에 쓰러지듯 누워 있었으니
아마도 기절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2~3일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다.
친구가 "이건 약발 잘 들을 거야" 라며 부적을 주길래
그 부적을 가져가서 방 안에 붙였더니
무거운 공기가 없어졌다고 한다.

"저, 그러고도 아직 그 집에 살아요. "
N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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