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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0화. 검은 사람

S씨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머니가 일을 다니신 관계로
한동안 숙모(※1) 부부가
돌봐준 적이 있다고 한다.

※1 : 원문에 숙모(叔母)라고 나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숙모가 '작은아버지(숙부)의 부인'을 뜻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여동생'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원문에서 '숙모'가 '삼촌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면
'숙모 부부'가 아닌 '숙부 부부'로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모인지 이모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어서
이 이야기에서는 원문 그대로 '숙모'로 표기합니다.

S씨는 숙모네 아파트에서 가끔
숙모의 부탁으로 아기를 봐 주곤 했다.

그 아파트는 S씨네 집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시즈오카(静岡)현의 시골이라서
S씨네 집과 아파트 사이에 다른 집은 한 채도 없었고
또, 밤이 되면 그 일대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겼다.

어느 밤, 숙부(※2)가 출장을 가서
숙모와 아기, 그리고 S씨,
이렇게 세 사람만 TV를 보고 있었는데
숙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2 : ※1과 마찬가지로, '숙모 부부'라고 나온 것으로 보아
이모부나 고모부로 추정됩니다.

"나, 과자 먹고 싶은데 잠깐 편의점 가서 사올게. "
"혼자 있는 거 무서워. 나도 같이 갈래. "
S씨가 부탁했지만,
"아기가 자니까 둘이서 집 보고 있어.
차 타고 20분쯤 걸리니까. "
숙모는 그 말을 남기고 나가 버렸다.

S씨는 너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TV 볼륨을 최대한 높였다.

그러자 그 소리에 아기가 잠이 깨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아기를 무릎에 눕혀
안고 달래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움찔했는데
아무래도 그 소리는 현관에서 난 것 같았다.

숙모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고,
도둑이면 어떡하지 하면서 쭈뼛쭈뼛 방 문을 열었다.

방 밖에는 긴 복도가 있고,
복도 끝에 현관이 있었다.

그 현관에 사람이 서 있었다.
새까만 사람이었다.

놀랄 새도 없이, 검은 사람은
쿵, 쿵, 쿵쿵쿵쿵 복도를 달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S씨 앞을 지나서
복도 끝 벽에서 휙 사라졌다.

'안되겠어……. '

그 아파트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캄캄한 길을 지나
자기 집에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S씨는
아기를 안고 어둠 속을 달려
자기 집 현관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왜 그러니, S야? "
할머니가 나오셨다.
할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S씨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새하얗게 질린 숙모가 찾아왔다.
숙모가 아파트에 가 보니, 전깃불은 켜져 있고
TV 소리는 온 집안에 울리고
현관문도 열려 있는데 S씨가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일단 S씨네 집에 갔는데
S씨가 거기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새까만 사람이 복도를 뛰어와서
안쪽 벽 속으로 사라졌어. "
S씨가 울면서 말했는데

"무슨 말이니? 나도 여기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그런 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잖아. "
라고 이모가 타일렀지만,
그 후로 그 아파트에 갈 수는 없었다.

이 이야기를 취재하던 중,
옆에서 듣고 있던 S씨의 남편 T씨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엑, 너도 그런 일이 있었어!? "

T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

T씨도 초등학생이었을 때,
고향 이와테(岩手)현에서 겪은 일이라고 한다.

T씨의 고향집은 시골, 그것도 옛날에 지은 집이라서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어느 여름밤,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가
무섭기도 하고 귀찮아서
늘 그랬듯이 툇마루에 서서
마당을 향해 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툇마루 저 끝에 현관이 보인다.
주위에 다른 집은 없고 칠흑같이 어두웠는데
그 현관 앞에 새까만 사람이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암흑 속에 정말 사람이 서 있었다면
어둠 속에 녹아들어서 보이지 않았을 텐데
왠지 그 어둠보다 더 검은 사람이 있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기 있는 건 누구지? '
눈을 의심하며 그 검은 사람을 보려다가
검은 사람과 문득 눈이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캄캄해서 얼굴도 안 보이는데……. '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그 검은 사람은 서 있던 자세 그대로
소리도 내지 않고 스으으으윽
T씨의 얼굴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으아아악―! 나왔다! "
T씨는 혼비백산하며 아버지가 잠든 이불 속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왔다! 나왔다! 나왔다! "
하며 툇마루 쪽을 가리켰다.

"뭐가 나왔는데? "
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금방 본 새까만 사람 이야기를 했더니
"무슨 소리야? 오랫동안 여기 살았는데 그런 거 없어. "

아버지는 전등을 켜고 현관과 툇마루를 봐 주었지만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와, 너도 검은 사람을 봤구나.
부부가 각자 다른 곳에서 둘 다 같은 것을 보다니……. "
T씨와 S씨는 검은 사람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결혼하고 도쿄에 산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지만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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