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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7화. 연기 뱀(煙蛇)

N씨가 중학생 시절이었다니까
벌써 30년쯤 된 일이다.
이런 것을 봤다고 한다.

당시 N씨는 오사카(大阪)의
텐노지(天王寺)에 살고 있었다.
N씨네 집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온
단추 도매상이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오후,
뭐 좀 시원한 게 없을까 하고 부엌에 가 보니
온통 연기가 뭉게뭉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게 아닌가.

'불이야! '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약간 모양이 달랐다.

그 연기는 부엌에 꽉 찬 것이 아니었다.
시커면 연기가 꿈틀대듯이 천장을 기어가는 것이었다.
그 연기 끝은 환풍기 쪽으로 뻗어나가 밖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의 반대쪽 끝이
부엌에서 복도로, 천장에 달라붙듯이
구불구불 기어가고 있었다.
그 형태는 마치 하나의 긴 연기 덩어리 같았다.

N씨는 대체 이 연기 끝은 어디서 어떻게 되어 있을지
흥미가 생겨 그 연기를 따라가 보았다.
연기는 복도 끝에서 거실로 이어졌다.

연기 끝을 보고 N씨는
앗 하며 숨을 삼켰다.

꿈틀대는 연기 끝에는
다름아닌 사람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이, 마치 뱀이 머리를 빳빳이 든 것처럼
천장 쪽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고 있었다.

"으아악! "
자기도 모르게 N씨는 소리를 쳤다.
그러자 그 얼굴이 N씨 쪽으로 스윽 내려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저씨 얼굴이었다고 한다.

"으아아아! "
N씨가 비명을 지르자, 그 백발 아저씨도 깜짝 놀랐는지
긴 연기 몸통을 구불구불 뒤틀면서
밖으로 되돌아나가듯이 복도에 나가는 것 아닌가!

퍼뜩 정신이 든 N씨는 다시 그 연기 괴물을 쫓아갔는데
그것은 환풍기를 쑤욱 빠져나가 밖으로 갔다.

N씨도 서둘러 밖에 나갔는데
그것이 아직 처마 끝을 구불구불 기어서
지붕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N씨는 먼저 앞질러 가려고
집 반대쪽으로 돌아서 갔는데
이미 그것은 모습을 감춘 뒤였다.

나중에 환풍기를 보니,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N씨는 그 얼굴이 어떻게 환풍기 날개 사이로 빠져나갔는지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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