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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8화. 팔백만신(※1)

오사카 A방송국의 프로듀서 I씨는
참으로 기묘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어느 해 12월 31일에 생긴 일이다.

그때는 부인과 아이들은 신사(神社)에
소원을 빌러 갔고, I씨 혼자
1월 1일 프로그램 제작에 대비해서
도코노마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도코노마'라는 단어를 클릭하시면
팝업창으로 설명이 나옵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말소리에
I씨는 문득 눈을 떴다.
방 불은 꺼져 있었고
사람 그림자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끌시끌, 와글와글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럼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야? '
그렇게 생각하며 귀를 쫑긋 세워 보니
도코노마 밑에 있는 작은 벽장 쪽에서 소리가 났다.

I씨는 머리맡에 있는 전등을 켜고
포복자세로 이불에서 나가, 그 벽장을 열어 보았다.

그랬더니 키가 15cm에서 20cm 정도 되는 작은 사람들이
빈틈없이 빽빽히 모여서 복작대고 있는 것이었다.

벽장 문이 확 열린 순간,
그때까지 왁자그르르 시끄럽던 작은 사람들이
말을 딱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I씨를 보았다.

그 이상으로 놀란 것은 I씨였다.
"죄송합니다. "
즉시 벽장 문을 닫고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벽장 속에 있던 작은 사람들이라는 게
모두 참으로 기묘한 차림새를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잔뜩 있었으니 전부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I씨 바로 앞에 있던 작은 사람들이
머리에 희한한 상투를 틀고 손에는 비파(※2)를 든,
금실이 들어간 비단옷을 입은 여성, 그 옆에는
기묘하리만큼 두상(頭相)이 길고 턱수염을 길게 기른, 지팡이 든 노인.
그 두 명은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신의 모습을 한 난쟁이들이
목말을 타기도 하고, 한 쪽 어깨를 내놓고 스모(相撲)도 하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뭔가 성대한 연회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비파를 든 여성은 변재천(※3)님,
두상이 이상하게 긴 노인은 복록수(※4) 신이었던 것 같다고
I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1. 팔백만신(八百万神) : 원문은 八百万(やおよろず)の神(かみ).
여기에서 '팔백만'은 꼭 숫자 8,000,000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수'라는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신들', '온갖 신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만화 · 애니메이션 '은혼(銀魂)'을 보신 분께서는
주인공 긴토키네 가게 '万事屋(よろずや)銀(ぎん)ちゃん'이
온갖 일을 다 하는 곳이라는 걸 생각해 보시면……. -.-;

※2. 비파(琵琶) : 동양 현악기의 일종.
서양의 밴조(banjo)와 비슷한 발현악기.

※3. 변재천(辯才天) : 본래는 힌두교의 여신이었으나 불교에 수용된,
노래를 맡은 여신. 비파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소리로
중생을 기쁘게 한다고 한다.

※4. 복록수(福祿壽) : 행복(幸福), 녹봉(祿俸), 장수(長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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