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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9화. 영화 보러 가고 싶다

애니메이터 K씨가
일요일에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가 된 대작이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K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봐 두고 싶은 영화였다.

그런데 K씨네 회사의 작업 일정이 틀어져서
금요일, 토요일 철야를 하고
그대로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K씨는 수면부족으로 멍한 머리를 틀어쥐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 오늘은 친구랑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했지. '
하고 생각이 났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의식이 몽롱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작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였다.

'아, 영화 보러 가고 싶다……. 영화 보고 싶다……. '
그러면서 머릿속은, 보러 갈 예정이었던 영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튿날, 약속을 했던 친구가 K씨네 스튜디오로 전화를 했다.
"앗, 미안, 미안. 어제는 일이 바빠서 갈 수가 없었어.
미안해. 내가 전화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

그러자 친구가
"어? 어제 영화 같이 봤잖아. "
라고 했다.

"그런데 왠지 평소랑 분위기가 달라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입을 다물고 있고, 안색도 안 좋았어.
영화 끝나고 저녁 식사라도 할까 해서 물어봐도
아무 말 없이 먼저 가서 몸이라도 안 좋은가 하고 걱정돼서…….
그래서 전화해 봤어. "

"그런데 어제 나는 일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갔어. "
K씨는 놀라서 말했지만 친구는
"무슨 소리야? 내 옆자리에 있었잖아. "
라고 했다.

할 수 없이 K씨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전화를 바꿔주고 K씨가 스튜디오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생각해 보니,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그때는 너무 강했고
그 반면에 일은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친구는 아직도 그 때 분명히 같이 영화를 봤다고 주장하며
K씨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 내용이 전혀 기억에 없으니
차라리 그때 일을 쉬고 영화를 보러 갈 걸 그랬다고
K씨는 그 일을 회상하면서 아쉬운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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