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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92화. 보이게 되었다

나는 오사카에서
'버추얼 백물어(Virtual 百物語)'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하고 있었다.
현대의 괴담을 말해 보자는 것이었다.

녹음이 있던 어느 날,
T씨라는 음반회사 사람이
프로그램을 견학하러 왔다.

그런데 T씨가 PD 옆에서,
내가 있는 녹음실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슨 말을 했다.

녹음이 끝나고 T씨에게
"녹음 중에 스튜디오 구석을 가리키면서 뭐라고 하시던데,
이 스튜디오에 뭔가 있습니까? "
라고 물어본 결과,
"예, 있어요" 하고는 또 녹음실 구석을 가리키며
"저쪽에 하얀 게 뭉게뭉게 움직이는 게 보여요. "
라고 했다.

"그런 게 보이세요? "
라고 물으니,
"사실은 저, 예전에는 전혀 그런 걸
느끼는 것도, 보는 것도 인연이 없었는데요……. "
라고 했다.

"그런데 2년쯤 전에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서
갑자기 보이게 됐어요. "

자세히 물어보니, 이런 일이었다.
2년 전 여름, 시라하마(白浜) 온천에
부인과 함께 가서 숙박했을 때 일이다.

모처럼 왔으니 밤에 산단페키(三段壁)에 갔다.
키이 수도(※) 해변 암벽에 있는 동굴인데
그 지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자살 명소,
또한 심령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다.

※키이 수도(紀伊水道) : 일본 남서부 와카야마(和歌山)현,
도쿠시마(徳島)현, 효고(兵庫)현 아와지시마(淡路島) 섬으로
둘러싸인 해역(海域).

더 이상 갈 수 없게 쇠사슬이 쳐져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바다 가까이까지 갔다.
밤바다를 본 순간, 왠지 한기가 느껴져서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자고 있었는데
주주죽―, 주주죽― 하고
다다미 위로 뭔가 질질 끄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다.

'아, 이 방에 누가 있다. '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여기는 못 지나가겠는데, 지나갈 수밖에 없지. "
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오싹해서 후다닥 머리맡의 전등을 켰다.
아무도 없었다.

옆에서 자던 부인이 깨서
"왜 그래?" 라고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목이 좀 말라서 냉장고에서 뭐 좀 꺼내 마시려고. "
라는 말을 남기고 옆방에 갔다.

서양식으로 꾸며진 옆방에는 소파가 있었다.
냉장고를 열었지만 아까 그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 소리는 뭐였을까? '
찜찜해하면서 맥주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가
헉 하고 놀랐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자기 옆에 누군가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두 명 있었다.
둘 중 하나가 T씨와 같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기척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극도의 공포에 '히익' 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비명을 지르자
그와 동시에 몸이 움찔 움직였다.

그 뒤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혼비백산해서 아내를 깨우고, 차를 타고
정신없이 심야의 고속도로를 질주해서
오사카의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 와도 집 안에 그것이 있었다.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이었다.

"그날부터예요.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뭔가 흐릿한 덩어리는 보이게 됐어요. "
T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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