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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93화. 비디오 테이프

내 이야기다.
5년쯤 된 일이다.

오사카의 어느 TV 프로그램 제작회사에서
미팅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때였다.
홍보 담당자 K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좋아하실 것 같은 비디오가 있어요. 안 보실래요? "
"어떤 비디온데요? "
내가 물어도 K씨는 "이쪽, 이쪽" 만 하면서
사무실 구석 쪽으로 나를 데려갔다.

K씨는 어느새 VHS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이거예요" 하며 씨익 웃고는
비디오 플레이어 속에 그것을 밀어넣었다.
화면에는 낮 시간에 방송하는
스튜디오 녹화 와이드쇼 같은 것이 흘러갔다.

"아무것도 없는 버라이어티 프로네요. "
내가 말하자, K씨는
"나고야(名古屋) 지역방송 프로예요" 라고 했다.

TV 볼륨을 높였다.
"여기예요. 잘 들어 보세요. "
귀를 기울였다.
방청객들이 와― 하고 웃으며 박수를 치는 장면이었다.
그 소리 속에 다른 소리가 났다.

"으으윽―" 하는 남자 목소리.

"들으셨어요? "
K씨가 또 씩 웃었다.
"신음소리 같은 게 들렸는데……. 이게 뭐죠? "
"귀신 소리예요. "
K씨는 자신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 소리가 녹음된 방송국에서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소리가 녹음되기 몇 년 전 일이다.

나고야의 모 방송국에서, 당시 인기절정이었던
남자 가수 그룹 'C'가 노래를 녹음했다고 한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조정실에 스탭들과 관계자만 있고
스튜디오에는 C 멤버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녹음이 끝나고 C는 다음 스케줄 때문에 다른 방송국으로 향했다.
스탭들도 점심식사를 하러 일단 스튜디오에서 나갔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스탭들이 스튜디오 조정실에 우르르 돌아왔다.

이제부터 편집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녹음 엔지니어가 자리에 앉았다.
녹음 테이프를 시작 부분까지 되감고,
아까 녹음한 C의 곡을 재생했다.

"엇, 녹음이 안됐어! "
큰 소리가 조정실에 울렸다.
"녹음이 안됐다니 무슨 소리야! "
주위에 있던 스탭들이 그를 둘러쌌다.

녹음 테이프는 재생되고 있었지만
스피커도, 헤드폰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녹음이 되었다면 작동해야 할
레벨미터(level meter)나 이퀄라이저(equalizer)도 침묵하고 있었다.

"녹음 실패야? "
그러자 PD도 녹음기사도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 라고 했다.

"녹음 전에 충분히 체크도 했고, 녹음 중에는 레벨미터도 잘 움직였어.
모니터링 헤드폰이랑 스피커에서 소리도 잘 나왔고. "

프로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테이프에서는 곡이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들어 봐도 완전히 무음 상태…….

"아니, 뭔가 녹음이 되긴 됐어요. "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스탭 한 명이 말했다.
"여기, 이거……. "

뭔가 작은 잡음이 들어가 있었다.
즉, 테이프는 어떠한 소리를 잡은 것이었다.
기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뭘까? 이 노이즈(noise)는. "
음량을 확대하고 이퀄라이저로 조절해 봤다.
그러자,

"으으윽―――――――― "
남자 신음소리 같은 것이 끝없이 녹음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사건 때, K씨 본인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이후에 그는 그 테이프를, 그 지역 대학교에서 음성학을 연구하는
교수에게 가져가서 감정을 의뢰했다고 한다.

결과는 '분석 불가능'이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먼저 그 소리가 어디서 들어갔는지를
밝혀낼 수가 없다고 한다.
스튜디오에 있던 마이크로 녹음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테이프에서 복사된 것도 아니었다.
음역(音域)은 사람 목소리에 지극히 가까웠지만
사람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사람을 제외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면 좀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한다.

K씨는 교수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럼 귀신 소립니까? "
그러자 교수는,
"그렇다고 하면 귀신이라는 존재를 긍정하냐는 문제가 되니까요.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건 저는 모르겠습니다. "
라며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흘러가는 비디오 테이프는
C라는 그룹과 관계없는 영상이었다.
"그래서 그 녹음 테이프랑 이 비디오 테이프는 관련이 있나요? "
나는 K씨에게 물어봤다.

"사실은 나고야의 그 방송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요.
귀신이 나온다고.
특히 자주 나온다는 스튜디오가 지금 이 화면에 나온 여기구요.
이 비디오 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와 완전 똑같은 소리예요.
한번 더 들어 보실래요? "

K씨는 리모컨의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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