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왔지예?

백작하녀 2012. 5. 17. 00:54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97화. 왔지예?

 

어느 TV프로그램 제작회사의

M씨라는 프로듀서가 상담을 청했다.

"여름 특집으로 괴담 프로그램 안 하실래요? "

라는 것이었다.

 

괴담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동안,

문득 M씨가 고개를 들고

"맞다, 이런 이야기는 그 사람이 딱일지도 몰라. "

라고 하더니 어떤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뭐꼬?" 하며 얼굴을 비춘 것이

흰 수염을 기른, 풍채 좋은 신사였다.

M씨가 소개를 해 주었다.

명함을 받아 보니, 그 제작회사의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H씨였다.

 

M씨는 곧바로 H씨에게 의논을 시작했다.

"사실은요, 지금 괴담 프로로 여름 특집을 할까 해서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무섭게 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

 

그러자 H씨가 말했다.

"근데, 하는 건 괜찮은데 이런 건 어중간하게 만들면 절대 안된데이.

그거 안 있나, 탈렌트 I의 살아있는 인형.

그런 거는 진짜였으니까. "

 

그 'I의 살아있는 인형'이란,

오사카 방송계에서는 유명한 사건이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I씨의 지인 중에 인형을 이용해서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인형 연기자가, 어느 연극에 사용할 여자아이 인형을

특별 주문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키가 80cm라니까 상당히 큰 인형이다.

 

그런데 그 인형에, 아무래도 전쟁 중에 공습으로

오른쪽 팔다리를 잃고 죽은 여자아이 영혼이 씐 모양인지

그 인형 주변에서 괴기스러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I씨는 그 인형을 쓰는 연극에 출연 의뢰를 받은 것이었다.

 

리허설 중에 I씨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의상이 있는 옷장 서랍을 열어 보니

서랍 속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일이 속출했다고 한다.

 

또, 가족이나 친지의 불행이 집중되거나

모든 스탭들이 어째서인지 오른손, 오른발을 다치기도 했다.

그 인형 자체가 오른쪽 팔다리가 뒤틀린 모양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연극 상연중에 주연 여배우의 머리에

불이 화르륵 붙어서 머리카락이 타는 일도 있었다.

 

'살아있는 인형'.

그 무렵부터 그 인형을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너무 화제가 되어서, 그 당시 오사카의 A방송국이

낮 시간에 생방송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그 인형과 인연(因緣)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다.

 

그러자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기묘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에 있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알 수 없는 남자아이가 브라운관에 비치기도 하고,

스튜디오 전체의 조명과 기자재가 이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막을 올렸더니 인상이 완전히 변한 인형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온 스튜디오에 소동이 일어나서 결국에는 방송사고가 된 일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 담당 PD가, 그 당시 A방송국에 있었던 H씨였던 것이다.

"그건 진짜였으니까예. "

H씨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여러 가지 조사를 했다고 한다.

브라운관에 비친 정체불명의 남자아이.

시청자는 스튜디오에 있는 남자아이를 TV로 봤지만

실제 스튜디오에는 그런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 남자아이는 전날 밤부터 스탭들이 목격했다.

도쿄에서 찾아온 관계자들 틈에 이미 그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사전 회의를 한 호텔에서 서로 인사했을 때,

그 아이는 기둥 밑에 앉아서 무릎을 가슴에 붙여 끌어안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으로 나뉜다.

 

또, 보안요원이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 중에도

남자아이를 본 사람이 있었다.

아이를 봤다는 몇 사람은,

그 아이가 인형을 뒤에서 조종하는 '눈속임'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국 측도 제작진도 그런 눈속임을 한 기억도 없고,

남자애를 스튜디오에 들여보낸 기억도 없다고 한다.

 

"머스마는 있었어예. 진짜로 본 사람도 있고.

보안요원은 그눔아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서

스튜디오에 들라보냈다 카데예.

글마는 아마도 이 세상 아가 아닌 거 같아예.

내가 그렇게 무서운 경험은 한 적이 없다 아잉교. "

 

H씨는 혼자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살아있는 인형 뿐만이 아입니더.

어떤 퀴즈 프로에서 무슨 문제가 나온 순간에

전광판이 작동하질 않는 기라예.

여러 번 해봐도예.

처음에는 기술팀 실수인가 해서, 조정실에 가서

무슨 짓이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예.

그랬더니 기술팀 그눔아들이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더' 하데예.

그럼 너거들 말고 다른 원인이 뭐가 있겠냐고 또 고함을 쳤지예.

그래서 다시 촬영을 했는데 역시나 전광판이 먹통인 기라예.

내가 보고 있었는데 기술팀 실수가 아니었어예.

원인이 뭔가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대본을 봤어예.

그랬더니 다음 문제가 '요츠야 괴담(※)' 아잉교.

'이 문제 내지 마라!' 그 말을 한 순간에 전광판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예. "

 

※'요츠야 괴담'이라는 단어를 클릭하시면 팝업창으로 설명이 나옵니다.

 

초로의 신사가 불가사의한 업계 괴담을 숨 쉴 틈도 없이 늘어놓았다.

"그라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했지예?

이럴 때 조심 안 하면 옵니더. "

 

H씨가 말한 순간이었다.

콰과앙―――! 하는 소리가 온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나도 M씨도 순간적으로 움찔했는데

"내가 뭐라캤능교. 왔지예? "

H씨가 빙긋 웃었다.

 

"방금 그거, 무슨 소리였을까요? "

내가 묻자, H씨가 대답했다.

"아, 그거, 내 자리 옆에 있는 괘종시계가 떨어졌을 깁니더. "

그러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M씨.

 

"그런데요, H씨. 시계가 기둥에 달려 있으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왔니 안 왔니 하셔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M씨는 조심스럽게 반론했다.

 

그러자 H씨가 말했다.

"M군아, 자네는 모든 걸 그렇게 이론적으로 생각할라카제?

그렇지만 저 시계는 지금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데이.

그랬는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떨어진 기다.

이게 우연이겠나? 귀신이 있는강 없는강 카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발생한 일을 어떻게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그게 미디어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 가야 할 길이다, 알겠나? "

M씨는 설교를 들었다.

 

회의도 끝나고, "그럼 이만……" 하면서 내가 일어나려 하자

H씨도 시계가 떨어졌다는 자기 자리에 돌아갔다.

"여기 이 시계 좀 다시 걸어 보래이. "

그러자 AD(※조연출)가 달려와서 시계를 기둥에 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시계는 튼튼한 나사로 조립되어 있어서,

도저히 그냥 떨어질 것 같은 시계로는 보이지 않았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