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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살료조

백작하녀 2012. 5. 17. 17:17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99화. 살료조

 

도쿄 외곽에, 그 근방에서 유명한 터널이 있다.

 

그 터널로 다니는 택시 기사 등이

여자 유령을 보는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고 한다.

혹은, 여자 손님을 태우면 어느샌가 사라지고

시트가 흠뻑 젖어 있다고도 한다.

 

실제 경험자가 여러 명 있었는지,

지역 신문 등에서 몇 번 특집을 만들기도 했을 정도다.

 

그런데 10년쯤 전에 갑자기 새로운 유령 목격담이 돌기 시작했다.

여자 외에도 어린 소녀 유령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꼬마 여자애가 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어라?' 하고 자세히 보면

여자아이의 팔이 손목까지만 있고, 손이 없다고 한다.

 

그 지역의 A신문은 그 여자아이 유령 사건을 다루었는데,

'이건 어쩌면……' 하고 어떤 사건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어떤 사건'이란, 당시 온 일본 사람들을 뒤흔든 끔찍한 것이었다.

 

'여자 어린이 연쇄유괴살인사건'.

그 사건은 그 부근 일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므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여자 어린이의 시신이

거기 묻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범인인 젊은 남자 M이 체포된 후,

실제로 그 터널 위의 잡목림에서

M이 유괴하여 살해한 여자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일련의 유령 사건을 보도했던 지역신문 A의 발행인이

너무나 얄궂게도 그 범인 M의 아버지였다.

M의 아버지는 이후에 자살했다…….

 

모르고 그런 것이지만, 자기 아들이 죽인 소녀의 유령을

기삿거리로 삼은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본론은 이제부터다.

어느 TV프로그램이 여름 연례행사인 심령스팟 투어를 기획했다.

 

그 프로그램은 매년 여름이 되면

탤런트 K씨를 대장으로 심령스팟 투어를 조직해서

소문난 심령스팟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PD H씨는 '금년에는 어디를 갈까' 하고

지도와 심령스팟 기사가 실린 잡지를 보면서 생각하다가

직감적으로 '여기다!' 하는 느낌이 왔다.

바로 그 터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탤런트 K씨가

"야, 야. 거기는 진짜니까 빼자. "

라고 쓴소리를 했지만 H PD는 어떻게든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그해 여름 심령 투어는

도쿄 교외의 A터널로 결정된 것이었다.

 

대장은 K씨, 그리고 전직 여자 프로레슬러 N씨와

영능력자, 영매사 등 대여섯 명이 모였다.

그리고 한밤중에 드디어 그 터널로 향한 것이었다.

 

단, K씨 이외의 출연자들에게는

그 터널과 살인사건의 관계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그곳이 유명한 유령터널이라는 것만 알려준 상태였다.

 

그리고 자정이 다 되었을 때, 촬영 버스가 A터널 앞에 도착했다.

출연자와 촬영 스탭들이 차에서 내렸다.

일행은 거기서부터 걸어서 터널에 들어가

리포트를 하면서 반대쪽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TV 카메라로 찍는다.

K씨를 선두로, 한 줄로 서서 드디어 터널에 들어가려던 때였다.

 

"야―! "

잔뜩 화가 난 큰 소리가 주위에 울렸다.

 

"방금 그거 뭐야? "

K씨가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부근에는 집도 없고, 칠흑같이 어두웠다.

 

"분명히 잡목림(雜木林)에서 난 소리 같은데……. "

"저런 데 무슨 사람이 있겠냐!? "

출연자들과 스탭들도 벌써부터 소란스러워졌다.

그것은 남자 목소리였다.

 

마음을 다잡고 일행은 터널에 들어갔다.

헛소문이 아니었다.

역시 어마어마한 무게 같은 것이 바짝바짝 몸에 닿는 게 느껴졌다.

 

터널 안에서 출연자들은 "영기(靈氣)를 느낀다" 라거나

"저기 여자 유령이 서 있다" 는 등, 아무튼 각자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공포를 더했다.

아니, 연기라기보다 마음 속이 공포로 가득했다고 한다.

모두가 진심으로 터널 안의 심상찮은 영기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드디어 터널 출구에 왔다.

"이제 곧 저희도 터널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

K씨가 리포트하려는 그때였다.

 

"살료조. "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가 났다.

"으아악―! "

모두 혼비백산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출연자들도 스탭들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린 것이었다.

그것이 터널 위 잡목림에서 난 소리였다는 의견도 모두들 일치했다.

 

돌아가는 촬영 버스 안에서, 출연자들은

M에게 살해당한 여자 어린이 시체가

터널 위 잡목림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야―!" 라는 남자 목소리와

"살료조" 라는 여자 어린이같은 목소리는

비디오 테이프에 선명하게 녹음되어 있었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일체 밝히지 않고

그 목소리는 그대로 TV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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