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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해설

 

이와이 시마코(※1)

 

괴이는 특별한 것이어야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하자면 여우, 너구리, 요괴는

끝 모를 암흑 너머에서 온 것이고,

망령이나 원령은 엄청나게 두려운 것이며

괴이라 불리는 현상은 모두

일상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진 특이한 것이어야 했고,

그것들을 만나는 사람들 또한

특별히 인과관계가 있는 재회(再會)여야 했던 것이다.

 

괴이소설로 등단하여 호러 작가라고 불리게 된 후에도

나는 그런 신념을 굳건하게 계속 품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여우, 너구리, 요괴를

한층 더 무시무시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전율하게 하는 원한과 저주는

반드시 이러할 것이다.

이보다 더 기묘할 수 없는 만남을 만들어 보자.

그것들을 만나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인과관계가 있는 탄생과 성장을 부여해야겠지…… 등등.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는 기어코 호러 작가를 직업으로 삼고야 말았을 만큼

괴이에 흥미가 있고, 무서운 이야기 매니아이며

괴이담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여우, 너구리, 요괴도, 망령, 원령도, 명쾌한 괴이현상도

모두 나를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구나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만한 인과응보를 짊어진 것도 아니다.

 

암흑세계에 사는 자들도, 돌고 도는 인과응보도

모두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었다.

필시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믿게 될 정도다.

 

나는 일종의 열등감, 선망, 질투에서 괴이를 그려낸 것인지도 모른다.

즐겨 읽은 책, 만화,

몹시 좋아해서 반복해서 보게 되는 영화 등은

대개가 그런 마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것들 투성이였다.

 

다시 말해, 괴이는 특별한 것이라고.

 

그렇기에 '신미미부쿠로'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그야말로 여우, 너구리, 요괴에게 홀려

말도 안되는 망령이 씌고 부모조차 원망하고 싶어질 만큼

자신의 업(業)이 깊음을 깨닫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괴이는 특별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여우, 너구리, 요괴는 편의점이나 오락실 그늘에 서 있기도 하고,

망령은 전철이나 택시 안에 앉아 있는가 하면,

원령은 때때로 다정하게 집 창문이나 연인의 등에 매달려 있기도 하는 게 아닌가.

기묘한 현상도, 불가사의한 일도 단순한 이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희미한 쓴웃음으로 끝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것을 만나는 사람 또한,

흔하디흔한 일상을 당연한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 마치 나처럼.

 

그렇다면 나는 다른 열등감이나 소외감을 품어야 하는 것인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이웃에 살거나 늘 마주치는

아무렇지도 않은 보통 사람들조차도 괴이와 조우하는데

나만 또 남겨졌다고.

 

아니다.

나는 이 책 덕분에, 나도 제법 괴이를 체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거 신기했지, 그것도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었지,

어?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거 기묘한 얘기 아니야?

잘 생각해 보면 그거 진짜 이상해.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의 그거, 우연이었다고 생각하긴 힘든데…….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나도 여우, 너구리, 요괴님들, 망령이나 원령 분들, 갖가지 괴이와

결코 인연이 없는 게 아니라 상당히 친한……지 어떤지는

저쪽 의견도 들어봐야 하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뭐, 그럭저럭 이계를 접하며 살아온 것이었다.

잘됐다, 잘됐어(?).

 

그러나.

기쁨도 한순간이다.

이렇게나 가까이에 '끔찍한 공포'와는 다른 '사소한 공포'가 넘쳐흐르면

내가 쓰는 작위적인 괴이담은 갈 곳이 없지 않은가.

이것은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다.

워메, 겁나는거(오카야마(岡山) 사투리로 굉장히 무섭다는 뜻.

참고로, 이와이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호러소설 제목이기도 하다).(※2)

 

물론 거기에는 질투도 섞여 있다.

이 이야기들을 수집하신 두 분이, 어디까지나 괴이를 일상생활로 삼고

인위적인 각색도, 연출도 없이 묵묵히, 그러나

이계에서 온 자들에게 친근감과 애정을 갖고 기록하신 것은

그 자체가 조용하고 올바른 괴이니까.

 

그들은 확실히 괴이를 사랑하는 만큼

그들 또한 괴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럽다.

아니, 차라리 원망스럽다…….

 

 

 

※1. 이와이 시마코(岩井志麻子) : 일본의 소설가, 방송인.

한국인 남성과 재혼하였고 영화배우 이준기의 팬이지만

한국에 대한 발언들이 망언 제조기 수준인

우익인지 뇌가 청순한지 알 수 없는 사람... -_-;

 

※2. 원문은 ぼっけえ、きょうてえ.

1999년 제6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2000년 제13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인세 보태주기 싫으니 중고책으로... ㅡ,.ㅡ;;

 

 

그럼 이런 망언도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인가 봅니다.

이런 츤데리스트 같으니라고...

괴이 체험이 없어서 아쉬웠다니 꼭 오셔서 서대문 형무소에 석고대죄부터 하고

팔당댐 흉가 - 곤지암 정신병원 - 천안 독립기념관 삼보일배 - 나주 흉가 -

밀양 안인초등학교 - 경산 안경공장 - 영덕 흉가 - 제천 늘봄가든 - 춘천 흉가 -

강화도 황금목장 투어를 꼼꼼히, 아주 꼼꼼~히 하시면 좋겠네요.

욱일승천기 티셔츠 입고 흉가순례하면 평생 잊을 수 없는 괴이체험을 할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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