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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2장 - 노상(路上)에 떠도는 것들의

다섯 가지 이야기

 

나는 어린 시절에 대책없는 겁쟁이였다.

태평양 전쟁 때부터 있었을 사택의 벽은

어째서인지 몇 군데나 검은 칠이 되어 있었다.

공습을 피하기 위해 칠했던 흔적이다.

 

어린 내가 올려다본 아득히 먼 위쪽 벽에

분노를 담은 검고 굵은 글씨로

'B29'라고 적혀 있었던 것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사택을 지은 부지에는, 건물들 사이로 수많은 골목길이 있었다.

밤에 조명이 없는 골목 입구에 서면

골목길의 어둠과 큰 길의 밝은 빛 때문에 흑백 투시도가 보였다.

 

밤에 그 골목을 지나가기만 해도

아이들 사이에서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골목 끝까지 통과한 기억이 한 번도 없다.

내 남동생은 성공했다는데…….

 

'골목길 통과'를 시작할 나이가 되기 전에

'무서운' 뭔가를 마주친 상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서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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