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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작아지다

백작하녀 2012. 6. 13. 16:07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13화. 작아지다

 

일러스트레이터 O씨는 7년 전에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왔다.

이사한 그 날 일이다.

 

이삿짐을 풀고, 짐 정리를 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일이 있어서

O씨는 이불을 깔고 잤다.

새 집에서 맞이하는 첫날 밤이었다.

 

깜박깜박 얕은 잠이 들기 시작했을 때

딩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났다.

번쩍 잠이 깼다.

 

딩동― 다시 현관 초인종 소리.

'뭐지? '

머리맡에 둔 시계를 보니, 밤 1시였다.

 

O씨네 집은 아파트 2층이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건물 현관이 보였는데

누가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삿짐을 밤 늦게까지 풀고, 가구를 옮겨서

아래층 사람이 화가 났나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O씨네 아파트는

건물 공동 현관 밖에서 벨을 눌러야만

초인종이 울리게 되어 있었다.

 

'그럼 장난인가? '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달칵 하는 소리가 났다.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계단을 콩콩콩콩 뛰어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앗, 누가 왔다. '

그렇게 생각하는데 발소리가

토닥, 토닥, 토닥,

다다미를 밟는 소리로 변했다.

O씨가 누워있는 방의 옆방에 그것이 들어온 것이었다.

 

'이거 도둑이네! '

O씨는 머리맡에 있는 탁상용 스탠드를 켰다.

O씨의 방이 팟 밝아졌다.

초여름이라 방과 방을 구분하는 미닫이문을 열어 놓아서

스탠드 빛은 그대로 옆방까지 닿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

O씨는 방 안의 불을 모두 켰지만

결국 아무도 들어온 흔적이 없었고

현관문은 안쪽에서 잘 잠겨 있는 것이었다.

 

다음날 역시, 한밤중에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어젯밤과 똑같아. '

시계를 보니 이번에도 밤 1시였다.

 

딩동―

한번 더 초인종이 울리고, 달칵 하는 문 손잡이 소리.

그리고 콩콩콩콩 하며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

그리고 또 옆방에 인기척이 나고,

토닥, 토닥, 다다미를 밟는 소리.

 

전깃불을 켰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일이 매일 밤, 같은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었다.

 

O씨는 기묘한 점을 눈치챘다.

달칵 하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는 나는데

문을 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계단이 있는 복도와 옆방 사이에 있는 미닫이문을 여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치 그 문들을 스르륵 뚫고 들어온 것 같았다.

 

다만, 그 외에 무슨 일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라서

O씨도 그 소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적응이 되었기 때문일까…….

왠지, 계단을 올라와서 옆방에 들어오는 그 소리가

나날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딩동― 딩동― ……달칵…… 콩콩콩콩…… 토닥, 토닥 하는 일련의 소리 볼륨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었다.

한 달쯤 되자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는 그 인기척도 없어졌다고 한다.

 

O씨는 지금도 거기 살고 있다.

이제는 아무 일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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