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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14화. 아버지의 이름

 

잡지 편집장 Y씨의 젊은 시절 이야기.

그날은 며칠째 밤을 새운 탓인지

두통이 있고 열이 났다.

피로가 쌓였나 하면서도 계속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기가 들었다.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 좋아. "

동료가 걱정하며 열을 재 주었다.

열이 심했다.

 

"오늘은 퇴근하는 게 좋겠어" 라는 말을 듣고

그날 Y씨는 귀가했다.

 

그때, Y씨는 결혼해서 도쿄 스기나미(杉並)구에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메구로(目黒)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Y씨가 쓰던 방은 아버지 방이 되어 있어서

2층 응접실의 다다미 바닥에 이불을 깔고 쓰러지듯 잤다.

 

눈이 떠졌다.

서쪽에서 햇빛이 들어왔으니 저녁이었을 것이다.

 

누워 있는 Y씨의 발치에서 사람이 스윽 나타나

머리 쪽으로 슈욱― 날아왔다.

그런데 한두 명이 아니었다.

 

다음, 또 다음,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뭉실뭉실 솟아나서 날아와

Y씨의 머리 위쪽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토시야, 사토시야" 라고 말했다.

사토시는 Y씨 아버지의 이름이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인이었는데

낯선 사람도 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이 사라졌다.

 

그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아무래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저녁해가 창문으로 비쳤고

꿈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다시 수마(睡魔)가 덮쳐 잠들고 말았다.

 

밤 9시경, 또 잠이 깼다.

이제 두통도 가라앉고 열도 내린 것 같아서

일어나 옆방을 들여다봤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와서 방에서 주무시고 있었다.

 

Y씨는 그대로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 어머니와 이야기를 했다.

그때 사실은,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면서 날아간 사람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9시에 자고 있는 아버지가 좀 걱정스러워서

"아버지가 이렇게 일찍 자는데 괜찮아?" 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왠지 아빠가 요즘 피곤해 죽겠다고 그래. "

라고 대답하셨다.

 

이튿날 아침, Y씨는 건강하게 출근했다.

그런데 회사에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여동생인 K고모였다.

"웬일이세요?" 라고 물으니

 

"어제 있잖아, 꿈에 할머니가 나와서

'사토시가, 사토시가…' 그러시던데

너희 아빠, 어디 안 좋으신 거 아니니? "

라고 했다.

 

Y씨는 그때, 전날 밤에 본

둥실둥실 날아간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머니면, 저한테는 증조할머니요?

그러고 보니까 저도……. "

 

"어? 그럼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

분명히 너희 아빠가 병 나신 거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좋겠어. "

 

K고모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버지를, 평소 진료받던 의사에게 모시고 갔다.

 

일주일 후,

"백혈병입니다. 반년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

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뒤로 딱 반년 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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