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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15화. 멜론 냄새

 

직장여성 S코 씨는

회사의 여자 기숙사에 산다.

그 기숙사는 아파트 형식의 9층 건물인데

S코 씨의 방은 2층에 있다고 한다.

 

어느 봄날, S코 씨의 언니가

세 살배기 조카 J양을 데리고

기숙사에 놀러왔다.

 

처음에는 S코 씨 방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원룸에서 세 명이 자는 건 조금 갑갑하다.

그래서 기숙사장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마침 비어 있던 맞은편 방을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맞은편 방에 들어갔더니

평소에는 산만한 J양이 달랑 무릎꿇고 앉아 합장하고

"만만짱, 앙" 이라고 했다.

 

"뭐해? "

S코 씨가 묻자,

"지장보살님이 있어" 라고 했다.

 

'만만짱, 앙'은 집에서 불단에 기도할 때 버릇이라서

"무슨 소릴까? 지장보살님이라니" 하다가

'앗!' 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J양은 현관문 앞에서 약간 사선 방향을 보고 앉아 합장하고 있다.

그 방향에 있는 방, 즉 S코 씨의 옆방에서는

얼마 전에 그 방을 쓰던 동료가 죽어서

그 뒤로 빈 방이 된 것이었다.

 

겁이 난 S코 씨가 "지장보살님 같은 건 없잖아" 라고 해도

J양은 "있어, 있어" 하며 말을 듣지 않았다.

 

"어디 있어?" 라고 물으니

"여기" 하며 현관문을 가리켰다.

그것은 문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J양은 계속 합장을 하고

"만만짱, 앙. 만만짱, 앙" 하고 있었다.

 

"이제 됐으니까 자렴. "

S코 씨는 억지로 J양을 눕혔다.

언니도 J양의 불가사의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S코 씨는

"사실은 저 방에서 사람이 죽었어" 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튿날은 J양이 기대하던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자, 가자" 하며 방을 나섰는데

J양은 복도에 멈춰 서서

"이리 와. 이리 와. 오라니까" 하고 손짓을 했다.

 

잘 보니, 동료가 죽은 그 방이었다.

S코 씨가 아무리 불러도 J양은

"같이 가자! 빨리빨리!" 하며 열심히 손짓하고 있었다.

 

"잠깐만. 언니, 쟤 뭐하는 거야? 만날 저런 소리 해? "

"아니, 이런 건 처음인데……. "

언니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왔는데도 J양은

"빨리빨리, 빨리 와" 라며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제 간다. "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누가 있다는 거니? "

"언니가 있어. "

 

그날은 그대로 디즈니랜드에 갔지만

J양이 어떤 언니를 봤는지, 그것까지는

무서워서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고 한다.

 

사실은 옆방 사람이 죽었을 때 S코 씨는 휴가중이었다.

기숙사에 돌아와 보니, S코 씨 방에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멜론 냄새가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뭘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며칠 뒤, 동료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멜론 냄새가 딱 끊겼다고 한다.

 

훗날, S코 씨는 J양이 뭘 봤는지 마음에 걸려

언니에게 몇 번 전화를 했다.

J에게 물어보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물어봐도 J양은 입을 굳게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전화를 걸어 "J 바꿔줘" 라고 했더니

늘 기쁘게 전화를 받던 J양의 태도가 평소와는 명백히 달랐다.

마치 질문 내용을 미리 안 것처럼

"싫어, 싫어" 만 반복하고 있었다.

 

"뭐가 싫어?" 라고 물으니

"싫어. 아무것도 못 봤어" 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J양은 S코 씨의 전화를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그 방은 기숙사장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굿을 했다.

지금도 그대로 빈 방인데

아무도 없는 옆방에서 아직도

가끔 발소리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S코 씨는 지금도 그 기숙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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