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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16화. 기숙사 거울

 

흥신소에서 일하는 H씨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미에(三重)현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 기숙사는 오래 전부터

선배에서 후배로 전해지는 괴담이 있고

여러 가지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교정과 기숙사 바로 바깥쪽에는 묘지가 있다.

 

그것도, 오래된 것은 타이라(平) 가문의 패전 무사 묘부터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년)에 홋카이도(北海道)를 개척한

둔전병(屯田兵 : 변방에 주둔시켜 평소에는 농사를 짓게 하고

전시에는 전투병으로 동원한 군사) 묘 등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주변에 사람이 사는 집은 얼마 없었고

한밤중이 되면 학교와 기숙사 여기저기가

짙은 암흑에 휩싸였다고 한다.

 

H씨가 재학중에도 소문이 있었다.

한밤중 교정의 어둠 속에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일로 몇 번 소동이 있었다.

 

낮에는 기숙사 창문에서 교정이 보인다.

그러나 한밤중이 되면, 밖은 그저 캄캄한 어둠 뿐이다.

그곳에 모자(母子)의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진짜 있데이! "

그것을 목격한 학생 몇 명이 한밤중에 야단법석을 피워

온 기숙사가 패닉 상태가 되었다.

기숙사 관리를 하는 W선생님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찾아오셨다.

 

"뭐꼬? 와 그라노! "

"쌤, 저 귀신 봤심더. "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노? "

"진짜 봤심더. 운동장 어둠 속에 서 있어예. "

"쓰잘데기 없는 일로 기숙사 생활 조지지 마라! "

그렇게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어느날 밤중에 H씨는 기숙사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으려고 무심코 거울에 눈길이 갔는데

H씨의 바로 뒤에 아기를 안은 여자가 서 있었다.

 

"으아악―! "

허리에 힘이 풀릴 만큼 놀라서

방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이 없다고 한다.

아무튼 친구를 두들겨 깨워서

"봤다! 봤다! 봤다……!" 라는 말만 하기에도 벅찼다.

 

"뭔 일이고!? "

"H가 그 귀신을 봤다카네. "

또 기숙사 안에 그 말이 퍼져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또 선생님이 오셨다.

 

"뭔 일이고, 어!? "

"쌤, 봤어예! 화장실 거울에 귀신이 비칬어예. "

"또 같잖은 소문이나 퍼뜨리쌌고……. 작작 좀 해라! "

마침내 W선생님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

W선생님은 럭비부 고문(顧問)을 맡은 근육질 체육 선생님이었다.

 

"그라믄 내가, 그딴 게 없다는 걸 증명해 주꾸마! "

라고 하는가 싶더니, 기숙사 사감실 이불을 화장실에 안고 들어가서

"내는 여기서 잘 끼다. 그라믄 이상한 소문도 없어지겠제? 잘들 봐 놔라! "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쳤다.

 

이튿날 아침, 화장실에 가 보니 선생님이 계셨다.

역시 거기서 하룻밤을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정말 그 호걸(豪傑) 선생님 맞나 싶을 정도로

생기없이 야윈 모습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학생을 보자마자

"기숙사에 있는 거울 싹 다 치아뿌라! "

라며 안색이 변해 호통을 쳤다.

그날 아침, 기숙사에 있던 거울은 전부 철거되었다.

 

그리고 결국 H씨가 졸업할 때까지

화장실에도, 목욕탕에도, 각 방의 벽에도

기숙사 안에 거울을 거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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