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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17화. 불투명 유리

 

의사 N씨의 체험담이다.

N씨가 의대생이었을 때 일이다.

 

부모님 댁에 가서 불간(佛間)에서 잤다.

옆에서 N씨의 형도 같이 잤다는데,

N씨는 온 몸에 알 수 없는 오한이 퍼져 잠이 깼다.

 

잠결은 아니었다.

또렷하게 눈이 떠졌다고 한다.

그러나, 눈은 떴지만 방 안이 캄캄한 것이었다.

옆에서 잠든 형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한밤중이라지만

코를 베어가도 모를 듯이 칠흑같이 어두울 리가 없다.

약간은 빛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얼굴 앞에 펼친 손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 어둠은……. '

무심코 고개를 들자, 앞쪽에 불투명 유리가 보였다.

그게 이상했다.

캄캄한 암흑 속에, 마치 그 부분만 어둠을 오려낸 것처럼

네모난 불투명 유리만 보였다.

 

왠지 이상한 광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니

불투명 유리 너머에서 뭔가 움직였다.

아래쪽에서 뭔가 스윽 하고 떠오른 것이다.

 

사람 그림자.

'할머니다! '

직감으로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그 집에는 할머니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야? '

완전히 옆을 향해 있던 그 얼굴이

스윽― 돌아서 N씨 쪽을 보았다.

불투명 유리인데도 그때는 할머니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 것이다.

 

그 할머니는 끔찍한 형상으로

끼이― 하는 소리를 내며 N씨를 쏘아보았다.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단지, 불투명 유리와 그 너머에 있는 할머니만

그 공간에 보이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이상해서 견딜 수 없었던 N씨는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라고 생각했지만 몸이 경직되어서

그 할머니에게서 눈을 돌리지도, 눈을 감지도 못했다.

그저 빨려들어가듯이 그 할머니에게 시선이 못박힌 것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이 쓱쓱쓱 마찰되고 있었다.

'엑, 나 지금 어떻게 된 거야? '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손, 무릎, 발등이 다다미를 쓱쓱쓱쓱쓱―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투명 유리 너머의 할머니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N씨의 몸이 할머니에게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으으으악― '

소리가 나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N씨는 필사적으로 다다미 끝이라도 잡으려고 했지만

도대체 거기에 무슨 힘이 작용했는지

할머니의 얼굴이 벌써 눈 앞까지 왔다.

 

'으악! '

N씨는 어떻게든 간신히 얼굴을 아래로 숙이기만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번쩍!

 

"괜찮아? "

형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피투성이가 된 형이 거기 있었다.

 

"왜 그래, 형? 피범벅이잖아! "

N씨가 놀라자, 형이 대답했다.

"바보야, 네가 피범벅이란 말이야! "

"어? "

정면을 보니, 미닫이문의 불투명 유리가 깨져 있었고

유리 파편들이 온통 방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온 집안에 울리는 엄청난 소리에 가족들이 모두 일어났다고 한다.

그랬더니 미닫이문 불투명 유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한 N씨가 있었다.

 

상황으로 보아, N씨의 기억과 반대로

N씨가 직접 엄청난 기세로 머리를 유리에 들이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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