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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2층 방

백작하녀 2012. 6. 14. 01:13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20화. 2층 방

 

각본가 T씨의 어린 시절 체험이다.

T씨가 살던 집은

저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은 지 백 년은 될 법한

오래된 집이었다고 한다.

 

지은 지 오래된 만큼, 밤이 되면

집 안 여기저기에 독특한 어둠이 생겨났다.

그런 어둠이 무서워서, 어린 T씨는

부모님이 집을 비우시거나 한 날은

집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무서운 장소가 한 군데 있었다.

L자 모양으로 꺾인 긴 복도.

밤중에 변소에 갈 때는

그 캄캄한 복도를 지나지 않으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복도를 걸을 때마다

오늘이야말로 무서운 것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항상 겁에 질려 있었다.

 

어느 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복도를 걸었다.

L자 복도를 돈 순간,

복도 모퉁이 벽에 쑤욱 떠오르는 하얀 얼굴을 보았다.

'앗! '

속으로 외쳤는데 그 후의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버지가 T씨를 안아서 깨우고 있었다.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괜찮아!?" 하며 흔들었다.

태어나서 첫 실신이었다.

 

이윽고, 그때 본 것은 뭐였을까 하는 호기심이 싹텄다.

그 하얀 얼굴이 떠오른 장소는 광(※)이 되어 있어서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광 : 세간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 두는 곳.

 

사실, T씨는 그 집에 관한 의문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T씨의 집은 밖에서 보면 2층 건물인데

그 2층에 올라가는 계단이 없었다.

 

당연히 2층은 창문에도 덧문을 걸어잠가 마치 폐가 같았다.

가족은 1층에만 살고, 그 2층에 대해서는

전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날, 그 광이 신경쓰여서 조사해 봤다.

짐을 들어내 보니, 그 안에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왔다.

올라가려고 해 봤지만 계단 끝, 가장 윗부분은

판자를 못박아 막혀 있었다.

 

이상했다.

숨겨진 계단, 사용하지 않는 2층.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여동생이 자라서 동생 방을 만들게 되었다.

그때 2층을 개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목수가 오고, 그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간다고 했다.

T씨는 목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처음 본 2층 방…….

그곳에는 전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어질러져 있었다.

치다 만 병풍이 서 있었고, 접이식 밥상 위에는 그릇이 놓여 있었다.

이부자리도 펴 놓은 채,

이불은 누군가 빠져나간 그대로 매미 허물처럼 부풀어 있었다.

 

'이런 방 밑에서 지금까지 계속 살았구나. '

그렇게 생각하니 T씨는 또 오싹했다고 한다.

 

그 집은 원래 T씨네 것이 아니라, T씨의 부모님이

신혼 당시에 이사하신 것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2층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전에 여기 살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노인인데, 마당 끝에 서서 그리운 듯이 2층을 올려다보곤 했다.

"안에 들어오세요" 라고 T씨네 가족이 권해도

결코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그 2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T씨는 아직까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만, 지금도 T씨의 부모님은 그 집에 사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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