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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감나무

백작하녀 2012. 6. 14. 11:08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23화. 감나무

 

나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일하시던 회사의

사택에 살았다.

 

그 자리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서게 되어서

사택을 철거하게 됐다.

 

사택 뒤뜰에 작은 감나무가 있었다.

가지와 잎을 가득 펼친 나무였는데

가을이 되면 크고 달콤한 감이

나뭇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열렸다.

 

아버지는

"사택이 헐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저 나무까지 같이 뽑히는 건 불쌍해" 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윽고 이사를 한 후에 사택을 방문했을 때는

감나무는 없었고, 그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아버지가 아는 사람에게 감나무를 주셨다고 생각했다.

 

몇년 후, 아버지가 갑자기

"그 감나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

라고 한 마디 흘리듯이 중얼거리셨다.

 

"어? 타카츠키(高槻)의 Y씨 댁에 있는 거 아니었어? "

내가 물으니,

"아, 그건 아니야" 하며 아버지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 당시 일이다.

타카츠키 시에 살던 아버지의 지인이,

그러면 그 감나무를 자기에게 주면 좋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어머니가 점을 믿으셔서

어느 점쟁이에게 감나무 일을 상담했다고 한다.

 

그러자 점쟁이는

"이 날 가지러 오라고 하세요. "

하며 날짜를 지정했다고 한다.

 

"그 날 외에는 안되나요?" 라고 물으니,

 

"그 감나무는 그 땅을 떠나기 싫어해서

감나무의 의사(意思)가 작용하고 있어.

분명히 그 날 외에는 감나무를 옮기려고 해도 잘 안될 거야.

어쩌면 감나무를 가지러 올 사람과 도와주러 올 사람 사이에서

무슨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라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점을 믿지 않았다.

타카츠키의 Y씨에게는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 가지러 오면 돼" 라고 연락했다.

 

그 Y씨는 아버지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같은 과에서 친하게 지내는 M씨와 함께 트럭을 빌려

감나무를 가지러 오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 오전중에 오기로 한 Y씨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결국 저녁때가 되어서, 아버지는 기다리다 못해

Y씨 댁에 전화를 해 보셨다.

그랬더니 Y씨는 집에 있었다.

 

"뭐해? 왜 가지러 안 와? "

"가지러 갔는데, 사실은 바로 근처까지 갔어. "

"그럼 왜 그냥 갔어? "

 

"사실은 말이야, M 녀석이랑 한 판 붙었어.

그놈 면상은 두 번 다시 보기도 싫다구! "

왠지 Y씨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트럭을 렌트해서, 사택이 있는 아마가사키(尼崎)시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M씨가

"무슨 선물이라도 좀 사가야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Y씨는

"나도 알아. 그런 건 상식이잖아"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말본새가 그게 뭐야!" 하며 M씨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잔소리 안 해도 선물 정도는 나도 살 줄 안다고! "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말을 할 때는 예의라는 게 있어야지! "

"뭐야!? "

 

그런 사소한 대화가 계기가 되어, 차 안에서 큰 싸움을 벌이고 말았다고 한다.

결국 서로

"이제 너 같은 놈이랑 말도 섞기 싫다!"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Y씨는 그 길로 타카츠키 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화로 들으신 아버지가

"맞아! 그러고 보니까 집사람이 그런 얘기를 했어" 하고 기억을 떠올렸다.

 

Y씨와 M씨는 그 전에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아직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감나무는 확실히 누군가 파내고, 그 자리에 없었다.

사실은 이사한 뒤에 갑자기 그 감나무가 사라진 것이었다.

누가 가지고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뿌리째 쏙 뽑아간 것이다.

 

아버지가 정을 주며 키우신 그 감나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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