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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31화. 카세트 테이프

 

E씨가 밤중에 TV를 보고 있었는데

벽장 속에서 달그락달그락 하고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뭐지? '

벽장을 열어본 순간, 소리가 그쳤다.

벽장을 닫고 다시 TV를 봤다.

 

그러자 또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다시 벽장을 열자 소리가 멎었다.

 

'쥐인가? '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에는 벽장을 열어둔 채 TV를 봤다.

잠시 있으니, 역시나 달각달각달각달각…….

 

소리의 원인은 짐작이 갔다.

벽장 안에는, 음악 매니아인 E씨가 소장한 카세트 테이프가

테이프 꽂이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중 어느 테이프가 아래위로 진동하는 것이었다.

 

신경쓰여서 다시 벽장 안의 카세트 테이프를 살펴보았다.

역시 벽장에 접근하면 소리가 안 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귓가에서 달각달각달각달각…… 하는 소리가 났다.

 

잘 보니, 가장 왼쪽 끝 테이프 꽂이에서도 제일 왼쪽에 있는

카세트 테이프가 아래위로 진동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테이프 꽂이에 닿아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그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봤다.

낡은 테이프 같은데 아무래도 본 기억이 없었다.

'이게 무슨 테이프였더라? '

E씨는 그것을 녹음기에 넣고 재생시켜 보았다.

 

"자, 자. 내 말을 들어 봐. 아무래도 네 감성은 못 믿겠어. "

"뭘? 그러는 넌 어떤데? 대체로 네가 듣는 음악들은 내가 보기에는……. "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구나. 5~6년 전에 친구랑 밴드를 할까 하고

내 방에서 밤새 음악 얘기를 했지. '

 

그때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였던 것이다.

S씨, D씨, U씨, 그리운 친구들의 목소리가 차례차례로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그만 넋을 잃고 멍하니 계속 들었다.

 

'그러고 보니 S녀석, 어떻게 지낼까?

학교 졸업한 뒤로 만난 적이 없는데.

그 녀석과는 항상 의견이 안 맞았지……. '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방 전화가 울렸다.

"네……. "

"오, E구나! 나야, D야. "

"뭐야, D구나.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지금……. "

 

"큰일났어. S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실려갔어.

구급차 안에서 네 이름을 부르면서 헛소리를 하더래. "

 

"뭐!? 어느 병원이야! "

E씨는 서둘러 병원으로 갔지만

S씨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정확히 E씨가 카세트로 S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시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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