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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개란다

백작하녀 2012. 6. 17. 15:32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34화. 개란다(※)

 

예전에, 주부 N코 씨의 집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N코 씨네 집에 산 지

벌써 14, 5년은 되지만

원래 길고양이였다가 흘러들어왔는데

그때 이미 어른 고양이였다니까

진짜 나이는 몇 살인지 모른다.

무척 나이가 많은 고양이였던 것이다.

 

이제는 화장실과 식사 이외에는

자기 전용 방석에 배를 딱 깔고 엎드려서는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걷는 모습 같은 건 거의 못 봤다고 한다.

 

어느 날, N코 씨가 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얘도 가끔씩은 움직일 때가 있구나. '

N코 씨는 고양이를 곁눈질로 보면서

묘하게 감탄하고는 다시 청소를 계속했다.

 

"개란다. "

 

'어? 개(犬)가 뭐? '

N코 씨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방 안을 둘러봤다.

창 밖도 봤지만, 개는 없었다.

 

그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개라니, 누가 말을 한 거지? '

 

목소리는 분명히 방 안에서 났다.

하지만 방에 있는 것은 N코 씨와 늙은 고양이 뿐이었다.

 

이윽고 청소도 끝나고, 이번에는 주방에 갔다.

그리고 고양이 밥을 주려는데

고양이는 없고 고양이 방석만 거기 있었다.

 

'이상하네. 어디로 갔을까? '

그래도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밤이 되어 남편이 퇴근하고 왔지만

여전히 고양이 방석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다가 문득 '개란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있잖아, 당신. 사실은 낮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

하며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남편은

"그건 분명히 고양이가 작별 인사를 한 거야" 라고 했다.

 

'개(犬)란다'가 아니라 '갈란다',

즉 '가련다', 떠나겠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원문은 'いぬ'.

일본어로는 개(犬), 가다 · 떠나다(往ぬ)의 발음이

둘 다 '이누(いぬ)'로 같음.

 

일본어로는 같은 발음인데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좋을지

제 나름대로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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