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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36화. 여우 가족
A코 씨는 어린 시절에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의
큰 저택에 살았다.
어느 날, 옥상에서 가정부 할머니를 도와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거기서는 저택 옆의 목조 아파트가 보였다.
들여다볼 생각도 없이 그냥 보고 있다가
A코 씨는 그 아파트 1층의 오른쪽 끝집에서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방 안에, 이나리 신사(※)에 있는 것처럼
돌로 만든 여우가 네 마리 있었다.
※이나리 신사(稲荷神社) : 오곡(五穀)의 신을 모시는 신사.
여우는 그 신의 사자(使者)라고 전해짐.
방 한가운데에 접이식 밥상이 있고
그 상을 둘러싼 여우 석상이
두 마리는 새끼, 두 마리는 부모 같았다.
그것이 두 발로 서서 그릇을 들고 밥상에 갖다놓기도 하고
안쪽 방에 들어가기도 했다.
가끔 네 발로 걷기도 했다고 한다.
새끼 여우는 표정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쁜 듯이 밥을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우들은 매끈한 광택이 있는 것이
아무리 봐도 돌로 만든 여우였다.
옷은 입지 않았다고 한다.
방 안에는 밥상 외에, 찬장 같은 것도 보였다.
"할무니, 할무니. "
가정부 할머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저기 봐. 여우야가 살고 있어. "
라고 알려드렸지만, 할머니는 그게 보이지 않는지
"그런 게 어디 있다고 그래요? "
하고 무뚝뚝하게 받아넘겼다.
그러다 보니 빨래를 다 널고 옥상에서 내려왔지만
그때까지 A코 씨는 계속 그 여우 가족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 목조 아파트는 철거되고 말았는데
여우 가족을 본 것은 그때 한 번 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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