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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38화. 구멍이 있다
치바(千葉)현의 어느 산을 개발하는
공사를 맡은 건축 현장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숲에 들어갔다.
나무를 베려고 전기톱을 작동시켰다.
그 순간, 뺨을 밑에서 위로 날름 쓸어올리는
누군가의 손바닥을 느꼈다.
무심코 뺨에 손을 대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동료들만 있었고
장난을 칠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동료들 중에서도
"뭐야, 기분나쁘게"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어보니, 똑같이 누군가 뺨을 날름 어루만졌다고 한다.
그런 일이 여기저기 있어서 좀처럼 작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파워셔블(power shovel : 굴착기의 일종. 동력삽)을 타고
나무를 뿌리부터 파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숲에 들어가 뿌리를 파내고 있는데
갑자기 파워셔블이 정지했다.
그쪽을 보니, 기사가 캐터필러(caterpillar)를 들여다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운전대에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야, 괜찮냐? "
"왜 그래? "
동료들이 달려가자, 기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래도 여전히 캐터필러 아래를 들여다보려고 했다.
"분명히 구멍이 있어" 라고 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갑자기 차체가 기우뚱 기울어졌다.
'구멍에 빠졌나? '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캐터필러 아래를 보려고 한 순간,
뭔가 어깨에 쿵 하고 올라탔다.
그 무게 때문에 차체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구멍 같은 건 없는데? "
파워셔블을 보니, 전혀 기울어지지 않았다.
구멍도 없었다.
"분명히 착각한 거야. "
모두들 그렇게 말했지만
기사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나랑 바꾸자. "
다른 남자가 파워셔블을 탔다.
부릉― 하고 나무 뿌리가 뽑혔다.
그리고는 다들 보는 앞에서 또 다시 딱 멈췄다.
그러더니 그 남자도 운전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구멍에 빠졌어. "
역시나 똑같은 말을 했다.
"구멍 같은 건 없다니까? "
"아니야. 확실하게 휘청 기울어졌어. 뭐가 어깨를 눌렀고……. "
그날,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다음날도 현장에 갔다.
그러자 모두 "여기가 이렇게 밝은 데였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숲의 분위기가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아무 일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었다.
저녁때, 현장 감독과 다른 사람들이 퇴근길에
그 지역 주민들끼리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어젯밤에 그 숲에서 너구리가 떼거리로 달아났다던데. "
"아, 그거 나도 봤어. 숲이 저렇게 되면 너구리도 못 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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