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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42화. 산 속의 밭

 

10년쯤 된 일이라고 한다.

나고야(名古屋)의 OA(※1)기기 회사에

근무하는 A씨가 니가타(新潟)에

출장가게 되었다.

 

출장은 월요일부터라서,

이왕이면 주말을 어디 온천에서 보내려고

친구를 데리고 A씨의 자랑거리인

사륜구동차로 길을 나선 것이었다.

 

고속도로만 달려도 재미가 없으니,

되도록이면 마을과 멀리 떨어진 깊은 산 속 길을 탐색하면서 가자고

가이드북을 한 손에 들고 신슈(※2)의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 달렸다.

 

그렇게 가다가, 휘발유가 떨어져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산 속에서 큰일났네. "

 

주위는 산을 개간한 밭이었는데

가지와 꼬투리완두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밭이 있다는 것은, 근처에 인가(人家)가 있다는 거라며 지도를 펼쳐 보니

그 외길을 그대로 2~3km 더 가면 마을이 있었다.

 

"그럼 내가 마을까지 걸어가서 기름을 사올게. "

친구가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A씨는 차 안에서 가만히 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직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뭐, 낯선 산길이고 하니까, 그렇게 쉽게 주유소를 찾진 못하겠지. '

A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기다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동안

차 한 대, 사람 한 명도 그 길을 지나가지 않았고,

또, 밭에도 사람 그림자조차 없었다.

 

왠지 불안했는데, 해도 지기 시작했다.

'그 녀석, 뭐하는 거야? '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윽고 주위는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는다.

 

A씨는 할 수 없이 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몇 번을 반복하자, 기름이 몇 방울 남아 있었는지

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됐다! '

 

잠시 가다 보니, 이윽고 진행방향 앞쪽에 마을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서부터는 더 이상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A씨는 포기하고 차 안에서 잤다.

 

쿵쿵쿵!

창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번쩍 잠이 깼다.

창 밖을 보니 친구가 있었다.

 

"야, 어디 갔었어!? "

A씨가 하려던 말이 그대로 친구 입에서 나왔다.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

잘 보니, 주유소 직원인 듯한 젊은 남자도 함께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A씨의 차에서 내려, 좀 걷다가 주유소를 발견했다.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자 당장 차를 태워 줬다고 한다.

 

하지만 장소를 말해도, 직원은 그런 밭이 있는 곳은 모른다고 했다.

아무튼 이 산길을 직진해서 올라가면 차가 있고

그 차 안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직원을 재촉했다.

 

그런데 가도, 가도 밭 같은 건 없고

게다가 A씨의 사륜구동차도 없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해서 되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길을 달리기도 하다 보니

결국 밤새도록 주유소 직원과 함께

A씨를 찾아 산 속을 헤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갈림길이 없는 외길.

길을 잘못 들 수가 없는 곳이었다.

 

기름을 보충하고 나니, 그 밭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A씨와 친구는 차를 U턴시키고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그러나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고,

가지와 완두콩이 열린 그 밭은 없었던 것이다.

 

마을에 내려가서 찻집에 들어갔다.

A씨와 친구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 밭은 뭐였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초로(初老)의 기품있는 마스터가 다가와서 물었다.

 

"손님들, 그거 이이즈나야마(飯綱山)에 들어가신 거 아닌가요? "

지도를 펴 보니 확실히 그랬다.

 

"그럼 아마 텐구(※3)일 겁니다. "

마스터는 미소지었다.

 

옛날부터 그 산에는 텐구가 살고 있어서

마을과 멀리 떨어진 산 속에 밭을 일군다고 한다.

인간은 결코 접근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떤 박자가 맞으면 들어가게 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마스터는 그곳에 가게를 차린 지 오래 됐는데

과거에 딱 두세 번, 산에서 있지도 않은 밭을 봤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운전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1. OA(office automation) : 사무 자동화.

OA기기는 컴퓨터, 복사기, 팩스 등.

 

※2. 신슈(信州) : 현재의 나가노(長野)현.

 

※3. 텐구(天狗) : '텐구'라는 단어를 클릭하시면

팝업창으로 설명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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