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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44화. 탁발승(※1)

 

※1. 탁발하는 승려.

탁발(托鉢) : 도를 닦는 승려가

경문(經文)을 외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

 

 

이것도 와카야마(和歌山)현 이야기인데

마찬가지로 상당히 옛날 일이다.

※참조 링크 : 네번째 밤 43화 '진객(珍客)'

 

T씨는 매일 좁은 산길로 공장에 출퇴근했다.

갈림길이 없는 외길이었다.

 

가을이 깊은 어느 날, 해질녘에 생긴 일이다.

귀가를 서두르던 T씨의 발이 딱 멈췄다.

 

길 앞쪽에 작은 사당이 있었는데

그 사당 앞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

탁발을 나온 스님 같았다.

 

너덜너덜한 가사(※2)와 기모노,

한쪽 겨드랑이에는 지팡이를 끼고

사당 안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2. 가사(袈裟) : 스님들이 왼쪽 어깨 위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치는 법의(法衣).

 

아무래도 사당 안에 공양해 둔 주먹밥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상한 스님이 T씨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동안에

그 자리를 지나가려고 종종걸음으로 스님 옆까지 갔다.

 

T씨는 움찔했다.

그 스님은 허리를 부등호(<) 모양으로 꺾어 구부리고

답답해 보이는 자세로 사당에 얼굴을 집어넣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편하게 사당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스님은 거인이었던 것이다.

키가 3m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살금살금 스님 뒤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 스님이 기척을 느끼고 T씨 쪽을 돌아봤다.

 

이럴 수가, 이마에 눈이 한 개.

입가에 밥풀이 붙은 새빨간 입에서 송곳니가 비죽 나와 있었다.

그것이 허리를 펴고 벌떡 일어섰다.

 

T씨는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쿠르릉― 쿠르릉― 하는 천둥같은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집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현관문을 잠그고 와들와들 떨고 있으니

어느샌가 그 소리도, 기척도 사라졌다.

 

그 다음날에도 그 길을 지나 공장에 갔지만

그런 것을 만난 적은 그때 한 번 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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