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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뒷얘기

백작하녀 2012. 6. 20. 18:29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뒷얘기'라는 제목은

제가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원본에는 제목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기묘한 일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어느 전문학교에서

비상근강사를 맡고 있는데

어느 밤, 집필 작업중이었던 내 방에

학생 몇 명이 놀러왔다.

 

그 때만큼은 나도 집필 작업을 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 한 명이 내 책상 앞에 앉았다.

항상 원고를 워드프로세서로 치는 책상이다.

 

탕탕 하고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희미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 학생이 두드린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학생이

"선생님, 누가 오셨나봐요" 라고 했다.

 

"누가 왔다니? "

"방금 유리창을 누가 두드렸어요. "

"야, 인마. 창문 열고 잘 봐! "

유리창을 열었다.

 

"엇……. "

학생은 말이 막혔다.

 

그곳은 7층, 베란다도 아무것도 없었다.

옆 4층 건물 옥상이 바로 아래 있었다.

 

그 학생은 확실하게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사람 기척을 느꼈고

어둠 속에서 불투명 유리에 접근하는 손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 손바닥이 유리를 두드렸다.

 

그는 분명히 베란다가 옆방과 연결되어 있어서

밤에 떠드는 우리에게 항의하러 옆방 사람이 온 줄 알았다고 한다.

확실히 창문 유리에는 손자국 한 개가 떡하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이 책 집필 중에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든 적이 있었다.

쿵쿵 하는 유리창 소리에 잠이 깬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어쩌면……?

 

그리고 세번째 밤 62화에, 카세트 테이프를 넣은 채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된 오디오 이야기를 썼는데

그 카세트 테이프에 들어 있던 이야기를 드디어 소개한다.

제53화 '하코다산(八甲田山)'이다.

 

사실, 그 이야기는 절대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었다.

오디오에 넣고서 꺼내지 못한 카세트 테이프는

신미미부쿠로 저자 나카야마도, 키하라도 취재하러 갈 수가 없어서

출판사 담당자 T씨가 취재한 테이프였다.

(그 후, 오디오는 수리 불가능이라 폐품으로 처분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취재를 시도했다.

저자 두 명이 모일 날을 정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나카야마가 오사카역에서 문제가 생겨

신칸센 열차를 좀처럼 탈 수가 없었다.

 

나카야마가 마침내 도쿄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학코다산' 취재가 끝난 참이었다.

그런데 녹음한 것을 나중에 재생시켜 보니

제보자의 목소리는 없고, 키하라와 담당자 T씨의 목소리만 들어가 있었다…….

 

마치 그 이야기는 기록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녹음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취재는 성공했다.

 

이 책에 기록하기 위해서 반드시 테이프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괴담 수집가인 우리 입장에서는 충격이 컸다.

왜냐면, 과거에 똑같이 기록을 거부하는 듯한 이야기가

4개 정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 정확하게 쓸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하코다산'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

 

다만, 이 이야기는 어떻게든 소개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쓰지는 않기로 했다.

덕분에 여기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집필 중에, 희한한 일이 있었다.

밤 2시쯤, 담당자 T씨가 키하라에게 전화를 했다.

T씨는 휴대전화로 걸었다고 한다.

일 이야기였다.

한참 통화하다가 T씨가 말했다.

"어? 잠시만요. "

"왜 그래?" 라고 물으니

 

"지금 저, 이이다바시(飯田橋) 근처에서 걸어가고 있는데요,

아무도 없는데 50m쯤 앞에 택시 한 대가 섰어요.

그런데 문이 탁 열린 거예요. "

(※일본 택시는 자동문이다.)

 

"그게 뭐? "

"길에 사람이 없다니까요? 뭐하는 걸까요, 저 택시?

앗, 택시 기사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다가 지금 문이 닫혔어요.

무지막지한 속도로 갔어요……. "

 

그리고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쩌면 저, 지금 엄청난 걸 본 건지도 몰라요. "

"거기 누가 있었겠지. "

"저 말고는 이 길에 사람 한 명 없다고요.

이대로 계속 걸어가면 귀신이 있던 자리까지 갈 텐데……. "

 

휴대전화를 이용한 유령 목격 실황 생중계.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거 재미있네! "

 

전화를 끊자마자 당장 오사카에 있는 나카야마에게 전화했다.

"방금 있잖아, T씨가 이이다바시에서……. "

눈 깜짝할 사이에 T씨의 유령 목격담(이라기보다

유령을 목격하고 있는 사람을 목격한 이야기)이 오사카까지 전해졌다.

 

유령이 살기 힘든 세상.

하지만 살다 보면, 유령을 목격하고 몇 분 후에는

TV 프로그램 제작진이 도착하는 세상이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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