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47화. 기생(妓生※1)

 

※1. 원문은 芸妓さん.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 춤, 악기 등으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

 

예전에 엔카(※2) 가수 매니저였던 S씨가

어떤 공연 때문에 이즈(伊豆)에 갔다.

 

밤중에 스태프들과 마작을 하고 있는데

창호지문 밖으로 누가

스윽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거기는 복도라서, 처음에는

누가 그곳을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잠시 있으니, 또 사람 그림자가 슥 가로질러 갔다.

그 움직임과 모습은 조금 전과 동일인물 같았다.

 

머리를 옛날식으로 둥글게 묶어올린, 가느다란 여자.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마작을 했다.

그러다 보니 누가 화장실에 갔다.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창호지문을 닫는다는 것이 미처 꼭 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퍼뜩 깨닫고 보니, 또 여자 그림자가 복도에 나타나

문틈으로 여자가 보였다.

여인은 S씨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지나갔다.

기생 같아 보였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야, 이 여관, 기생이 있어. "

S씨가 마작패를 늘어놓으며 동료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이런 여관에? 오늘밤 손님은 우리밖에 없다던데. "

"네가 본 건 '이즈의 무희(※3)' 귀신이야. "

라고 누가 농담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또 창호지문에 그 그림자가 비쳤다.

그것을 본 S씨의 표정 때문에 다들 눈치챘다.

사람들의 눈이 창호지문에 쏠렸다.

 

둥글게 묶어올린 옛날식 머리에 기모노를 입은 여인.

창호지문 틈으로 방 안을 보고

가볍게 목례한 후 안쪽으로 사라졌다.

 

"기생이다. "

모두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S씨는 그때 처음으로

'저 사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거기는 복도니까, 사람이 지나가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아까부터 그 여자는 몇 번이나 안쪽을 향해 사라졌는데

안에서 나오는 것은 한 번도 못 봤다.

게다가 시계를 보니, 밤 2시가 넘었다.

 

"야, 거기 복도 안쪽은 뭐였더라? "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바로 앞이 벽이니까. "

그때, 모두 섬찟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그 일을 여관 안주인에게 말했더니

"어머―, 웬만해서는 안 나오는데요.

손님들이 연예계 관계자 분들이셔서 그 애도 기뻤겠네요" 하며

지극히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고 한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스태프들은

어디에서 나는지 모를 아름다운 샤미센(※4) 소리를

아침까지 들었다고 한다.

 

 

 

※2. 엔카(演歌) : 일본의 대중음악 장르 중 하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트로트(trot)가 되었다.

 

※3. 이즈의 무희(伊豆の踊子) :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1926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4. 샤미센(三味線) : 현(弦)이 세 줄 있는 일본 전통 악기.

사각형의 납작한 몸통 양쪽에 고양이 가죽을 대어

기타처럼 현을 뜯기도 하고, 가죽 부분을 북처럼 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일본 위키백과

 

아래 동영상은 샤미센 연주가 '요시다 형제'의 'RISING'.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