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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45화. 건드리지 마!
M씨라는 회사원이
부인과 다섯 살배기 딸을 데리고
이즈(伊豆)에 여행을 갔다.
방을 안내받아 미닫이문을 스윽― 연 순간,
무거운 공기가 흘러나와서
왠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유서깊고 훌륭한 여관이라서
가족들 앞에서는 싱긋 웃으며
"좋은 방이네"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창문 옆에 오래된 경대(鏡臺)가 있었다.
분리하면 손거울이 되는 둥근 거울.
무척 오래된 것 같았다.
그 경대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보통, 그런 경대는 벽에 딱 붙어 있는 법인데
그 방에 있는 것은 벽에서 뚝 떨어져 있는 데다가
대각선 방향을 보고 있었다.
M씨는 그 경대를 벽에 붙이려고
경대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손을 대려고 한 그 순간, M씨 뒤를 따라온 딸이
"건드리지 마라. "
남자 목소리를 냈다.
"엇……. "
더 이상 거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너, 뭐라고 했어……?" 라고 물으니
"뭐가아~? "
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되물었다.
그날 밤, 딸이 잠들지 않았다.
몸에 익지 않은 여행으로 피곤할 텐데
똑바로 누운 채, 방 천장과 벽의 경계선 쪽을 보며
고개를 꼬박꼬박 까닥이고 있었다.
"뭐 하니?" 부인이 묻자
"세고 있어" 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작은 목소리로
"8, 9, 10, 11……" 하며 숫자를 세고 있다.
"뭘 세는 거야?" 라고 물어보니
"사람" 이라고 한다.
"무슨 사람? "
"사람이 저기 걸어다녀. 그래서 도대체 몇 명일까 해서 세고 있어. "
"자기야……. "
부인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M씨를 불렀다.
"알았어. 방 바꿔 달라고 할게. "
M씨가 여관 계산대에 갔더니
"아, 괜찮습니다" 하며 흔쾌히 방을 바꿔 주는 것이었다.
방을 바꿔 달라고 했을 때, 이유도 묻지 않고
즉시 바꿔 준 여관 사람의 태도를 보고
M씨 부부는 더 섬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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