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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열세 번

백작하녀 2012. 6. 23. 00:51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46화. 열세 번

 

탤런트 T씨가

나고야(名古屋)에 있는 방송국 일 때문에

나고야 시내의 호텔에 묵었다.

 

그런데 방문 앞에 섰을 때,

몹시 기분나쁜 분위기를 느낀 것이었다.

 

'이 방에서는 자기 싫다' 라고 생각했지만

피곤해서 '에이, 뭐 어때' 하고 방에 들어갔다.

정체불명의 혐오감은 역시

방 안 공기에 묵직하게 배어 있었다.

 

술 기운을 빌려서 자려고

자동판매기에서 맥주를 대량으로 사서 마셨다.

취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쿵― 하고 무거운 가위에 눌렸다.

그 무게를 견디다 보니, 마침내 가위가 풀렸다.

 

'더 마시고 뻗어야겠다. '

그런 생각으로 맥주를 더 마시고 누웠다.

또 쿵― 하고 무거운 가위가 덮쳤다.

그리고 풀렸다.

다시 맥주를 마셨다. 누웠다. 가위…….

 

T씨는 몇 번 그랬는지 횟수를 확실히 기억한다고 한다.

열세 번, 그것이 반복된 것이었다.

열세 번씩이나 되니 과연 견딜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밤 2시.

체크인을 한 것이 12시 넘어서였으니

겨우 1시간 반 사이에 열세 번이나 가위에 눌린 것이다.

 

다시 또 맥주를 마셨다.

그러자 똑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이 시간에 누구야? '

 

똑똑…….

역시 노크 소리였다.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문 앞까지 가서 열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텅 빈 호텔 복도가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네. '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가려 했을 때,

갑자기 등줄기에 섬뜩한 오한이 퍼졌다.

퍼뜩 오른쪽을 봤다.

 

욕실.

 

욕실 문이 살짝 열려서, 안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방에 들어가고 나서 아직 욕실은 쓰지 않았다.

'그럼 왜 문이 열렸고 불이 켜져 있지? '

쭈뼛쭈뼛 문을 열었다.

 

있었다.

미끈미끈하게 머리를 민, 알몸의 남자가

양 무릎을 가슴에 붙여 안고 뒤돌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누구야, 당신? "

말을 걸어도 남자는 잠자코 입을 다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가. "

라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나가라고 했지!? "

마침내 T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남자는 슥 일어나 T씨 쪽으로 돌아섰다.

희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

헉 하고 놀라는 T씨 옆을 지나서 욕실에서 나오더니

그 모습 그대로 방을 나갔다.

 

쾅 하고 문이 닫힌 순간, T씨는 당황해서

"잠깐, 그 꼴로 어딜 가?" 하며

알몸의 남자 뒤를 쫓듯이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

이미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그 순간에

'앗― 여기, 이런 게 나오는 방이었구나! '

하고 깨달았다.

 

이제 잘 수 없었다.

그대로 이불에 파고들어 아침까지 떨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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