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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51화. 여기였구나

 

오사카(大阪)에 있는 K고등학교는

나가노(長野)현의 노지리(野尻) 호수에서

여름 수련회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고가 있은 뒤

노지리 호수 수련회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A씨가 2학년이었을 때

8년만에 노지리 호수 수련회를 재개한 것이었다.

 

왜 8년 동안 중지됐는지는 모른다.

그 사고가 무엇이었는지도 듣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그저

"뭐, 좀 사정이 있어서……" 라는 말씀밖에 하지 않았다.

 

노지리 호수에 도착해서 각자 방갈로(bungalow)가 배정되었다.

그날 밤에 생긴 일이다.

한 2층 침대에서 아래위로 자는 친구들끼리 말다툼을 시작했다.

"야, 자꾸 내 어깨 치지 마. "

위에 있는 아이가 밑에 있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

"거짓말 하지 마. 내가 워크맨 듣는데 니가 내 어깨 툭툭 쳤잖아. 진짜 짜증나거든? "

"아니야, 난 잤어. "

"구라치지 마! "

위에 있는 아이는 화를 내는 정도가 심상찮았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진정하라고 말렸다.

 

한참 있다가 또

"야, 그만하라고 했지!?" 하는 목소리.

 

"너, 내 워크맨 볼륨 만졌지? "

"나는 몰라. "

"너밖에 없잖아! 갑자기 볼륨을 처올려서 고막 찢어질 뻔했어. "

"난 잤다니까. "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야, 야, 내가 봤는데 걔는 너한테 아무 짓도 안하더라. "

같은 방 친구가 다시 끼어들었다.

"근데 사람 손이 밑에서 쑥 올라와서 워크맨 볼륨을……. "

그러자 그때, 방 조명이 훅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다시 또 어두워지고 밝아졌다.

 

"뭐야? 불이 이상해. "

누가 그렇게 말하자,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하고

창문 유리 중 위쪽 한 장이 끊임없이 떨렸다.

"바람이 부나? "

"바람이면 다른 유리도 떨려야지. "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이윽고 그것이 쿵쿵쿵쿵쿵 하는 장절(壯絶)한 소리로 변했다.

"누가 유리창 두들기네. "

"저런 곳에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

 

마침내 콰앙―, 콰앙―, 콰앙―…….

유리창이 깨질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 남자 목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 들려? "

"응……. "

"누구 목소리야? "

그 순간, 전깃불이 꺼지고 캄캄해졌다.

방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밖에 나왔다.

 

비명을 듣고, 주변 방갈로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달려왔다.

"왜 그래?" 하고 묻는 선생님.

"사실은요……. "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는데, 교감 선생님이 날듯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

다시 설명했다.

 

그러자 교감 선생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리고 "아, 맞다. 여기야, 여기!" 라고 했다.

 

"여기라니, 뭐가요? "

"8년 전이라서 어딘지 잊어버렸는데 여기였어. 아아, 알겠다. "

"그러니까 뭐가요? "

 

그러자 교감 선생님은 정신이 들었는지 흠칫 놀라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며

학생들을 타일렀다.

"아무튼 너희는 방갈로를 옮기는 게 좋겠다. "

A씨와 친구들은 어째서인지 다른 방갈로를 배정받았다.

 

훗날,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고 한다.

8년 전 수련회 때, 노지리 호수에서 익사한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 학생의 시신을 눕혀 놓고,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안치한 곳이 그 방이었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후배들이 왔다니까 좋아서 그랬나봐. "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 또 오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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