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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장 - 죽은 자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작품으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파트너인 나카야마의 고향에 갔다.

 

영화의 어느 장면을

나카야마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전에 쓰시던 방에서 촬영했다.

 

무척 깨끗이 정리된, 아니, 정리라기보다

쓸데없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촬영'은 생활 속에서 인연이 없는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놓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내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촬영이 끝난 후, 방에 있던 경대(鏡臺)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사과드린 것을 기억한다.

 

뒷정리를 한 후, 친구 K와 U,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그 방에서 '내 천(川)'자 모양으로 잤다.

 

나는 중간에서 잤는데, 좌우에서 잔 두 명은

방에 걸레질을 하시는 나카야마 할머니에게

몇 번이나 밟혔다고 한다.

나 혼자만 아침까지 아무 일 없이 잔 것이었다.

 

죽은 사람과의 접점은

아주 작은 일의 동조(同調)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동조하는 계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사자(死者)와 관계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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