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55화. 물 탄 위스키(※1)

 

※1.원문은 '水割り'.

위스키 등에 물을 타서 묽게 마시는 술인데

위스키 + 물만 들어가는 칵테일 이름을 몰라서 일단 '물 탄 위스키'로 옮겼습니다.

 

 

아와지(淡路)섬의 스모토(洲本)시에

있었던 노래바(bar)에서 들은 이야기다.

 

스모토 시가 주최하는 노래자랑 대회날을

한 달 정도 앞두고서부터

40대 중반쯤 된 풍채 좋은 남자가

매일 그 노래바에 다니면서

계속 같은 노래만 열심히 부르다 가곤 했다.

 

물어보니, 그 노래자랑 대회에 나갈 거라며

의욕이 넘쳤다고 한다.

 

노래자랑 대회 당일.

그 바는 7시에 문을 여는데, 그날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그 남자가 들어와서 바텐더 앞 자리에 앉더니

말 없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그대로 가게를 나간 것이었다.

술값도 내지 않고.

 

아르바이트생 아가씨는

'뭐, 한 번쯤은 봐줘도 되겠지. 항상 오는 아저씨니까'

라고 생각하며 노래바 여사장에게 그 일을 보고했다.

 

그러자 여사장이 "누가 왔다고?" 하며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있잖아요. 만날 오는 덩치 좋은 아저씨요.

매번 같은 노래만 부르다가 가는 그 아저씨. "

라고 아르바이트생이 대답했다.

 

그때 다른 아르바이트생 아가씨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아저씨, 오늘은 힘이 없었지?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노래자랑 망친 거 아닐까? "

 

그러자 여사장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그 사람, 죽었으니까. "

라고 했다.

 

"엑――, 언제요!? "

"어제. 불쌍하게 심장발작으로 급사(急死)했다더라. "

"그치만……. 그 아저씨, 분명히 왔었지? "

"응……. 이거. "

아르바이트생은, 남자가 한 모금만 마시고 간 위스키 잔을 가리켰다.

 

그 다음날부터 손님들의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노래 한 곡만이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확인해 보니, 정말로 나오지 않는 곡이 하나 있었다.

 

노래방 기계에는 이상이 없었다.

몇 번을 해봐도 그 노래만 모니터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노래는, 죽은 남자가 늘 부르던 엔카(※)였다.

 

※엔카(演歌) : 일본의 대중음악 장르 중 하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트로트(trot)가 되었다.

 

노래방 기계는 수리를 맡겼지만 원인 불명.

할 수 없이 노래 번호 책에 매직으로 줄을 그어서

그 곡은 그 노래바에서 영원히 말소된 것이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