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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63화. 대나무 계단
내 친구의 체험이다.
그 친구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라니까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그는 학교에 다닐 때 논두렁길을 왕복했다.
집에 갈 때는 왼쪽이 논, 오른쪽에는 대나무 숲이
쭉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대나무 숲은 마치 대나무로 만든 벽이 있는 것처럼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평소에는 친구와 함께 집에 갔지만
그 날은 청소가 일찍 끝나서 한 발 먼저
혼자서 하교하게 되었다.
해질녘 길을 터벅터벅 혼자 걷다 보니,
오른쪽 대나무 숲에 낯선 것이 문득 보였다.
빽빽히 자란 대나무 사이에 네모난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었다.
'뭐지? '
그 구멍을 보니, 긴 계단이 위를 향해 이어져 있었다.
대나무 발판이 깔린 계단.
사람이 오르내렸는지 대나무가 닳거나 때가 타 있었다.
'이런 곳에 계단이 있었나……? '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단 위를 보았다.
하늘까지 이어져 있나 싶을 정도로
그 계단은 길게 이어져 있었고
계단 끝은 어둠 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로 물러나서 약간 거리를 두고
계단이 있는 대나무 숲 위를 보았다.
계단이 튀어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단지, 대나무 숲 속에는 여전히
이상한 네모 모양 구멍이 뻥 뚫려서 계단이 있었다.
계단에 조금 전보다 가까이 가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여전히 안쪽까지 계속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계단 끝에는 어둠.
호기심이 솟구쳤다.
이 계단은 어디로 가는 걸까?
친구는 그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다고 한다.
끼이이이이익, 대나무가 삐걱거렸다.
두 칸, 세 칸, 계단을 올라갔다.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밟을 때마다 대나무가 삐걱댔다.
몇 칸 올라가서 뒤를 돌아봤다.
늘 다니는 길 표면이 밑에 보였다.
앞으로 갈 방향을 보았다.
여전히 끝도 없이 이어진 캄캄한 계단.
계단을 올라간다는 것은 하늘을 향해 간다는 뜻이니까
진행방향에는 하늘이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래도 겁이 났다.
그러나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호기심은 아직 있었다.
그 때, 늘 같이 다니던 친구의 목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맞아. 친구랑 같이 올라가면 안 무섭겠지? '
그런 생각으로 계단 밑에 내려갔다.
네다섯명 되는 친구들이 이쪽으로 왔다.
"야, 이리 와 봐. "
"뭔데? "
"계단이야, 계단. 이상한 계단이 있어. "
"이상한 계단? 그게 뭐야? "
"빨리 와 봐! "
"그래. "
친구들이 허둥지둥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야! "
말해놓고 보니, 조금 전까지 있었던 계단이 없었다.
늘 보던 대나무 숲만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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