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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67화. 화장실 거울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다.

필자가 대학생이었을 때, 오사카(大阪)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니 커뮤니케이션 잡지가 있었다.

그 잡지 편집실에서 생긴 일이다.


그 편집실은 미나미모리마치(南森町)의 다용도 빌딩 3층에 있었는데

그 층에는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편집이라는 일 특성상

스탭들은 철야 작업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단, 빌딩 관리 체제가 밤 9시에는 각 층의 방화용 철문을 닫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9시 이후에는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히고

빌딩 출입구도 닫혔다.

그 후에는 빌딩 뒷문으로 출입했다.


가끔 밤중에 방문자가 있다고 한다.

한밤중에 끼끼끽― 하면서 복도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콰앙―! 하며 닫힌다.

온 빌딩 안에 울리는 듯한 큰 소리다.

그리고 뚜벅, 뚜벅, 뚜벅…….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난다.


'누가 왔나?' 라고 생각하지만

편집실 앞에서 발소리는 딱 멈추고,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신경이 쓰여서 문을 열어도

아무도 없는 복도만 보일 뿐이었다.


철문이 바람이나 다른 원인으로 열릴 일은 절대 없다.

사람이 문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밀어서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 밤, 편집실에는 예닐곱 명의 스탭들이 남아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중에 F씨가 화장실에 갔다.

F씨는 큰일을 보려고 칸 안에 들어가 쪼그려앉아 있었는데

복도 쪽에서 뚜벅, 뚜벅, 뚜벅 하는 발소리가 들리고

화장실 입구 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F씨는 누가 들어왔나보다 하고

그 자세 그대로 문 아래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사람 그림자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갈색 가죽 구두가 보였다.


'아, 내가 나가는 걸 기다리고 있구나. '

그렇게 생각한 F씨는 볼일을 다 보고 급하게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느낌이 좀 이상했다.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갔다면

발소리와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분명히 났을 것이다.

그러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머리를 스쳤다.


'하하, 이건 날 겁주려고 누가 장난친 거구만. '

F씨는 서둘러 편집실에 돌아가

"누구야? 장난친 사람!" 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들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화장실에 와서 어슬렁어슬렁거렸잖아. "

그러자 스탭 중 누군가가 말했다.

"너 말고 아무도 안 나갔어. "

"아니, 누가 그랬는지는 알아. "

F씨는 다른 사람들의 발 쪽을 둘러봤다.

다들 철야 작업 때문에 편한 슬리퍼나 조리를 신고 있었다.

즉, 가죽 구두를 신은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그럼 다른 사무실 사람이 남아 있었을까? "

다른 사람들도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

몇 명이 F씨와 함께 복도에 나가서

같은 층을 조사해 보았다.

다른 사무실의 조명등은 모두 꺼져 있었고

사람이 있는 기척도 없었다.


외부인이 출입한 걸까?

그건 아니다.

그랬으면 틀림없이 커다란 철문이 큰 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편집실에 돌아가서 F씨가 화장실에서 생긴 일을

다시 한 번 얘기하고 있었는데 스탭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역시 그 화장실은 그런 일이 있나봐요……. "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때,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었다.

세면대 수도꼭지 위의 벽에 거울이 걸려 있었는데

무심코 그 거울을 보니, 자기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서쪽으로 저무는 햇빛을 받아 오렌지색으로 물든 화장실 안에서

그 거울에 있는 것은 네모 모양 새까만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거울을 누가 장난으로 새까맣게 칠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잘 보니, 그것은 손을 넣으면 반대쪽 세계로 쑥 넘어갈 것 같은

명백한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 뒤로 그 층의 화장실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윽고 하늘이 밝아 왔다.

거리에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을 때,

아르바이트 K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편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 K씨가 나간 후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

"K군은 왜 안 오지? "

"화장실 간 거 아니야? "

"그래도 너무 늦는데……. "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저앉은 K씨가 있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아―, 겨우겨우 왔네! 무서웠어! "

"왜 그래? "

모두 K씨를 둘러쌌다.


K씨는 화장실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나 소변이 마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열심히 참고 있다가 드디어 아침해가 창문을 비추고

밖에도 어쩐지 활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 안 무섭다고 K씨는 화장실에 간 것이었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으려고 무심코 거울을 봤다.

그러자 자기 바로 뒤에 갈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비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 뒤에는 사람이 서 있을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K씨 이외에는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다.


갈색 양복 남자는 목 위로 거울 테두리를 벗어나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가 컸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다고 한다.

다리가 풀린 채로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이 있는 편집실에 돌아가려고

필사적으로 복도를 기어가듯이 도망쳐 왔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에서 편집실까지 거리가 이렇게 멀었던가 하고

K씨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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