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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1화. 미시마 유키오

(※역주: 일본의 소설가.
우익질에 빠져 1970년에
만 45세 나이로 할복자살함.)


원칙적으로 이 책에서는
체험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한해서는
그 이름을 숨기면
에피소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등장하는 분들 모두에게 허가를 받고
굳이 실명을 기록하였다.


미와 아키히로 씨가 주연을 맡은
연극 무대였다.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근대 노가쿠※집'이었다.

(※역주: 일본 전통 가극)

며칠 동안 상연하고
공연기간 중간쯤 되었을 때 일이다.

여배우 유라 요시코 씨는
출연할 장면을 기다리는 동안
무대 오른쪽 사이드에서 대기하면서
미와 씨의 연기를 보고 있었다.

'소토바 코마치'라는 막이었다.

미와 씨는 무대 위에 설치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낭랑한 목소리로 긴 대사를 읊고 있었다.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때 미와 씨의 왼쪽 어깨에는
의상을 빨리 갈아입기 위해서
직사각형 종이처럼 의상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 의상들 사이에 얼굴이 보였다.

그 때 유라 씨는 이상하게도
무섭다는 감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보다도
'미와 씨는 의상 사이에 얼굴이 있는 줄
모르는 걸까? '
라는 게 궁금했다고 한다.

그것은 남자 얼굴이었는데
표정이 없어서
데스 마스크※를 연상시켰다.

(※역주: death mask.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얼굴을
석고 등으로 직접 본떠서 만든 상)

즉, 죽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 때, 갑자기 미와 씨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그 때까지 긴 대사를 순조롭게 연기하고 있었는데
뚝 끊긴 것이었다.

대사를 잊었다기보다는
미와 씨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헉, 헉.
미와 씨는 숨 쉬기가 힘든 것 같았다.

극장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미와 씨의 상대역인 젊은 남배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유라 씨는 그 침묵이
1~2분은 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어떡해, 어떡해?
내가 무대에 나가 봐야 되나? '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계속 미와 씨의 어깨에는
그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도 그렇고,
미와 씨의 상황도 그렇고
유라 씨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

잠시 후, 미와 씨의 상태는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에는 어깨에 얼굴이 없어졌다고 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미와 씨는
몹시 겁에 질리고 위축되어
주변에 있는 출연자와 스태프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목이 막혀서……. "
라고 끊임없이 사과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배우들이 모여서
워밍업을 하다가
미와 씨가 이런 말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때, 미시마 씨가 무대에 내려와서
그 순간부터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어……. "

'미시마 씨? '
유라 씨는 그제서야 헉 하고 놀랐다.

그 데스 마스크 같은 얼굴은
사진으로 봤던
미시마 유키오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그 날, 요코오 타다노리※ 씨가
객석에 와 있었다.

(※역주: 그래픽 디자이너. 1936년생.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생)

미와 씨의 목소리가 막힌 것과 동시에
객석에 향수 냄새가 퍼졌다.

'미시마 씨가 쓰던 향수다. '

요코오 씨는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줄줄 흘러서 멈추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자기 몸을 빌려서
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요코오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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